어제는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어제가 아닙니다. 오늘의 입장에서 어제는 돌아다 볼 수는 있어도 어제의 입장에서 오늘을 관찰하며 내일을 예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는 극소수가 흘러가는 세월의 한가운데 서서 오늘을 평가하며 내일의 길잡이가 되어 보려고 힘겨운 작업을 시작합니다. 역사학도로서의 나의 책임도 대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 기업가 마쯔시다 고노스케가 <돌아다보고 내일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그런 글을 썼지만 역사가의 입장도 대개 그런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나는 어느 정도 ‘과거’를 알기 때문에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비교적 타당성 있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이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만 해도 여론조사에 있어 박근혜가 늘 앞서 있었는데 안철수가 대선에 뛰어든 직후 여론 판도에 변동이 생겨 박근혜가 어느 후보보다도 약간 뒤진다고 전해집니다. 요컨대 5.16 군사혁명이나 유신체제 그리고 인혁당 사건 등에 다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야권에서 몰아치니 일단 그런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5.16에 대한 책임은 김종필이 아직도 살아있으니 그에게 묻고 그로 하여금 해명하고 사과하게 하는 것이 옳지, 단지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사죄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까. 그리고, 유신체제나 인혁당사건의 비극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정보부가 져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왜 애매한 박근혜가 그 돌에 맞아야 합니까.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맹활약하던 이 씨, 김 씨가 아직도 살아있으니 그들이 앞으로 나와서 “내 탓이오”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 아닙니까.

어제의 일은 역사학도들에게 맡기고, 각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은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겨레를 위해 해보겠다는 포부를 피력하는 일에 더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긴 하겠지만, 딸이나 아들을 향해, “너의 아버지를 사정없이 비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인륜과 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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