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특정 정치인 돕기 어려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5일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씨를 비공개로 만났다.



박 후보는 이날 강원도 양구군의 6ㆍ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뒤 돌아오는 길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 문학전시관인 ‘이외수 문학관’을 찾아 이씨 부부와 1시간 30분가량 환담했다.

환담에는 박 후보와 이씨 부부, 이학재 후보 비서실 부실장, 한기호 의원, 조윤선 대변인이 참석했다. 박 후보는 이씨와 단 둘이 30여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씨는 환담에서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과 관련, “이번에 크게 용단을 내리셨다.

여간 숙고한 결과가 아닐텐데, 그리고 굉장히 힘드셨을텐데 사과를 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다른 후보들도 큰일을 하셨다고 칭찬하고 있고, 국민도 모두 그 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조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씨는 “이번 사과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공격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어 “작가의 입장에서도 지난번 특보가 왔을 때 문화예술에 관해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후보 수락 연설 시에 그 점을 명백히 약속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고, 박 후보는 “정치도 문화예술과 함께 그 흐름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또 “오늘 이 화천을 찾아 준 것도 국민 대화합에 증거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관한 깊은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린다”며

“또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만들어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을 더 높였으면 좋겠다. 세계최고 문화유산이기도한 한글을 더 세계적으로 알려야 되지 않겠느냐, 대선 후보가 되셨으니 이 점을 꼭 검토해주셨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에 “문화는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을 이루는데 구심점이 되며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계속해서 끔찍한 사고들이 줄을 잇는데, 국민들의 가치관을 바꾸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정서와 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왔기 때문에 법을 고쳐서 해결하기보다 국민의 정서를 바꾸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시장에 도덕성도 회복되어야 하고,(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차지하려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에 박 후보는 “그 말씀에 공감한다. 내가 노력하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고 기술혁신도 하고 좋은 인재도 고용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박 후보와 가진 30여분 간의 비공개 대화에서 “특정 정당의 정치인에게 조언하는 건 제 입장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어떤 정당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저예산 독립영화 감독들이 (현 정부가) 이념성향을 문제 삼으면서 예산을 전액 삭감을 했다고 하는데 이 점을 시정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특히 정치가 문화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시는 분이 바로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정치의 공식이 문화예술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예술혼이 더욱 발휘될 수 있도록 정치가 키워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씨는 “박 후보가 나에게 국민행복을 모색하는데 동참해달라고 부탁을 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시는 일을 돕겠다고 나도 의사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트위터에서 “박 후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이야기는 문화 예술 발전의 중요성이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의견을 같이 했던 부분은 정치와 무관하게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4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가져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박 후보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진보 성향의 이씨를 만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젊은층 및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 후보 캠프 내에서는  진보 성향의 외부 인물 영입 대상으로 이씨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경선 당시 문재인·손학규·김두관 경선 후보도 이씨를 방문했다.

이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박 후보의 특보도 얼마 전 다녀갔다”며 “언뜻 보기엔 내가 야당 편향성을 가진 것 같지만 집권 여당은 권한도, 한 일도 많으니 당연히 욕할 게 더 많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서울시장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선거대책위위원회의 ‘멘토’로 활약했지만 4·11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소속의 한기호 후보를 공개지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 후보는 앞서  6ㆍ25전사자 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수리봉을 방문, 국방부 유해발굴단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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