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웅진사태는 증시에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개인이 '뒷북'만 치던 패턴에서 벗어났다.

그만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동시 법정관리 신청을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준비 없이 다가온 충격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액 규모를 최소 2조5천억원으로 추정했다.


◇ 外人ㆍ기관도 웅진사태에 `무방비'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웅진사태 소식이 알려지기 전날인 지난달 25일 웅진홀딩스, 극동건설, 웅진코웨이, 웅진에너지, 웅진케미칼 등 5개 웅진그룹 관련주에 대해 개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기관도 각각 2종목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지난달 25일 웅진에너지 4만820주, 웅진케미칼 14만7천260주를 사들였고 기관은 웅진홀딩스와 웅진코웨이를 각각 9만3천340주, 5만9천220주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웅진코웨이를 7만5천270주, 웅진씽크빅 4천150주 각각 순매수했다.

이어 지난 28일 이들 종목의 주가는 웅진사태 전인 25일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주가는 웅진홀딩스 14.99%, 웅진코웨이 28.56%, 웅진에너지 36.56%, 웅진케미칼 31.24%, 웅진씽크빅 32.59%의 비율로 각각 하락했다.

투자자 중 누구도 선제적 리스크(위험) 관리에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웅진홀딩스와 웅진건설의 부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인 25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웅진코웨이 매각이 마무리 단계였다는 것을 고려해 매각대금 유입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병화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도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나 싶어서 대응을 안 한 것 같다"며 "웅진코웨이가 사업성과 전망이 괜찮아 매수하다 손실을 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웅진사태는 정보에서 투자주체 간에 우위가 없었다"며 "통상적으로 기관이나 외국인이 선제 대응에 나서고 개인이 뒷북을 쳤던 것과는 다른 경우"라고 말했다.


◇ 웅진 쇼크에 금융ㆍ건설주 `출렁'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웅진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주가도 출렁거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웅진그룹의 총 차입금은 4조3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3조3천억원을 금융권을 통해 조달했다.

차입 규모는 우리은행이 4천886억원으로 가장 크다.

신한은행(3천22억원), 하나은행(2천898억원), 산업은행(2천518억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28일 우리금융 주가가 1만1천250원에서 1만1천원으로 2.22% 빠졌다.

당시 기관은 245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6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지만 개인은 236억원의 매수우위였다. 개인의 피해가 컸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주가가 0.58% 하락할 동안 개인이 394억원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15억원, 89억원 순매도했다.

극동건설 부도로 건설사들의 주가도 움직였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건설사들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

남광토건은 3거래일간 9.05% 하락했고 금호산업 5.96%, 동부건설 4.28%, 진흥기업 1.82% 각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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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은행주와 건설주의 손실이 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웅진홀딩스의 대출은 웅진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한 것"이라며 "우리금융은 웅진코웨이 주식 650만주(27일 종가기준 2천350억원), 하나금융은 웅진코웨이 주식 350만주(27일 종가기준 1천265억원)를 담보로 지닌 것으로 추정돼 대출채권 대비 담보자산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웅진홀딩스 대출에 대한 담보가 충분해 이번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NH농협증권 강승민 연구원은 "극동건설의 경우 이전 건설사 신용평가에서 부실 징후가 있었고 중견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면서 "부실 징후가 높았던 중견건설사 대부분이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이 이뤄진 만큼 건설업계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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