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말은 법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모바일 생태계의 절대자라는 점에서 그들의 행동과 말은 곧 법이 된다. 애플이 법을 바꾸자 관련 액세서리 제조업체들이 다가올 특수에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5의 하단부 커넥터 크기가 기존 모델과 다른 8핀의 라이트닝 커넥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아이폰 관련 스피커독 등 30핀 커넥터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5의 라이트닝 커넥터로 인해 액세서리 세대교체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체들의 매출 증가도 자연스레 기대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기 마련이다. 애플은 물론 액세서리 제조사가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로 대응해 애꿎은 소비자만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물론 애플은 30핀 커넥터를 8핀으로 호환되게 만드는 어댑터를 4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매비용도 부담될뿐더러 고가의 스피커 독에 어댑터를 끼워넣고 그 위에 불안하게 올려둬야 한다. 또 스피커독과 유사한 상품의 경우 제품 디자인에 따라 어댑터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기존 뉴아이패드와 아이폰5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번거롭게 어댑터를 바꿔 끼워야 한다는 불편함도 따른다.

일단 액세서리 제조사들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뉴아이패드와 아이폰4S까지 호환되는 것으로 판매 시 제품에 명시한 만큼 자신들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마음대로 바꾼 것을 우리가 어찌하겠느냐’는 항변도 나온다.

애플의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조하는 로지텍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어서 그냥 두고 보는 상황"이라며 "기술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고 아이폰5가 본격 출시된 이후에 상황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향기기 제조회사인 야마하 관계자도 “수십만대 이상 팔린 상태인데 아이폰5가 새로 나왔다고 일일이 다시 지원해 주는 건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도의적인 책임 부분이다.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에 이르는 제품을 판매하고 새로운 신형 아이폰과 호환이 안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자니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이 같은 지적에 수긍, 적극적으로 호환 어댑터를 제공하겠다는 곳도 있다. AV기업인 브리츠전자는 자사의 도킹스피커에 대해 무상으로 호환 어댑터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5 호환 어댑터를 제공한다고 밝힌 곳은 최근에 스마트폰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수년 전부터 제품을 만들어왔던 곳은 무상으로 제공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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