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내년 3월 퇴진의사를 밝힌 뒤에도 서 총장편에 선 카이스트 학교본부와 교수협의회, 이사회가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사회는 18일 서 총장 해임안을 비밀리에 재상정했고 서 총장측은 이에 맞서 일부 매체에 안건을 폭로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오명 이사장 측은 이날 카이스트 이사진 16명에게 메일을 보내 이달 25일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서 총장의 계약해지안을 이사들에게 통보했다. 오 이사장측은 지난 7월 2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서 총장 계약 해지안을 몰래 상정하려다 서 총장측의 반발과 오 이사장의 합의로 올리지는 않았다.

이에 맞서 서 총장측은 “오 이사장측이 이사들에게 계약 해지안이 상정됐다는 것을 비밀에 부치라고 했다”면서 학교측 행정조직을 동원해 서 총장에게 우호적인 일부 매체에 안건을 폭로했다.

서 총장측이 폭로한 이사회 안건에 따르면 15대 차기 총장 선임 추진안과 총장사임서 처리에 관한 사항, 총장계약 해지안, 총장후보 선임위원회 위원 선출안을 포함하고 있다.

서 총장측은 이날 오명 이사장측에 총장 퇴진 문제를 포함한 7가지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며 지난 7월 20일 오 이사장과 합의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전 주재 기자들에게 공개했으나 오 이사장이 이사들에게 보낸 구체적인 이사회 안건은 서 총장측에 우호적인 매체들에만 제공했다가 일부 매체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공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교수협측도 이날 오전 서 총장의 즉각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교수 협의회측은 성명서에서 “서 총장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상황을 호도하고 국면 전환을 꾀하는 등 신뢰와 리더십을 잃었다”며 “차기 총장 선출에 관여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학교 안팎에서는 카이스트 사태가 막장까지 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교과부에서는 서 총장 문제는 일찍부터 교과부 손을 떠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오 이사장이 어떤 안건을 올렸는지 주무부처인 교과부도 알기 힘들다”며 “학교 이사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와 서 총장측이 ‘공작’과 폭로전을 반복해 벌이며 학내 사태가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도 교과부가 서 총장과 이사회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현 이사장인 오명 웅진그룹 태양광에너지부문 회장과 서남표 총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허동수 GS칼덱스 회장, 표삼수 KT기술전략실 사장, 이종문 미국 암벡스벤처그룹 대표이사, 강영순 교과부 과학기술인재관, 송언석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곽재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부회장,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우태희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이혜숙 이화여대 연구처장 등 16명이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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