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 과정에서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는 선진국보다는 한국처럼 독특한 발전경험을 가진 나라가 인류의 난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송도 컨벤시아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인천시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GCF가 하루빨리 번듯한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장관ㆍ송영길 시장ㆍ신제윤 기재부 제1차관과의 일문일답.

유력한 경쟁국인 독일을 상대로 역전의 드라마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박 장관) 한국은 개도국에서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초입에 와 있는 나라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유치 과정에서)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는 선진국보다는 한국처럼 아주 독특한 발전경험을 가진 나라가 전 인류의 난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GCF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역량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금인 만큼 개도국 출신인 한국이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득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중심지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협력없이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유럽 국가들의 기여는 앞으로 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얻으려면 한국에 사무국을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해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견해차가 있는데, 한국은 그 중간에서 중재 조정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유치가 GCF 송도 유치에 영향을 미쳤나.

▲정부는 WB 한국사무소의 장소를 결정할 때 송도를 희망했고, WB는 서울을 희망했다. 이번 GCF 송도 유치 덕분에 WB 한국사무소도 송도에 유치해야 한다는 논거가 좀 더 힘을 받지 않겠는가고 기대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WB 한국사무소도 송도에 유치되도록 WB와 적극 협의하겠다.

--녹색기후기금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

▲우선 2010∼2012년 연간 100억달러씩 3년간 총 300억달러를 조성하려던 목표는 거의 달성했다고 본다.

2013년부터는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조성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계속 연간 1천억달러씩 조성한다.

2013년부터 점차 늘려나가 2013∼2019년까지는 1천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를, 2020년부터는 1천억달러 이상을 조성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2013∼2019년 조성할 구체적인 금액은 당사국끼리 협의해 결정한다.

--기재부와 인천시가 GCF 사무국에 지원하는 내용은.

▲(송 시장) 인천시는 I-타워 15개층을 무상 제공하는 등 당초 하기로 한 지원을 차질없이 한다.

잠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 자매결연을 하고 글로벌캠퍼스 장학금을 줘서 GCF를 운영할 인적자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생 협력하겠다.

▲(박 장관) 정부는 인천시와 긴밀하게 협의해 GCF가 하루빨리 번듯한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관련 규정들을 고칠 예정이다.

특히 법무부ㆍ외교통상부가 송도에서 근무할 국제기구 종사자의 배우자에게도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GCF 운영비 일부를 부담하고 2014∼2017년 매년 1천만달러씩 총 4천만달러를 출연한다는 약속도 했다.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

--GCF 운영 계획은.

▲(박 장관) 한국은 2020년까지 녹색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를 50억달러 이상 확대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천명한 바 있다.

유치국이 된 만큼 GCF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앞으로 GCF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4천만달러 외에 추가재원을 일정 부분 공여할 예정이다.

녹색 ODA를 확대한다는 계획과 연계해 구체적인 계획은 회원국과 협의해 확정하겠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운영기금 분담 비율은 정해졌나.
경기상황이 나쁜데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지원에 돈을 내놓을지 의문이다.

▲(신 차관) 그 부분은 지난 2010년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당사국 총회(COP)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만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1천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과정은 카타르에서 열리는 COP18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금으로만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양허성 차관이나 청정기술에 대한 민간투자, 외국인직접투자(FDI)도 포함해서 1천억달러다.

--서울에서 송도까지 교통이 너무 불편한데 추가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 있나.

▲기재부는 국제기구를 유치한 만큼 모든 예산상 지원과 협조를 통해 불편한 점이 있다면 차근차근 개선하겠다.

--이사국들은 한국의 어떤 점을 높이 샀나.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공동 대응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모두 잘 알고 돈을 받은 경험도 있고 준 경험도 있다.
이런 요소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독일에 투표할 거란 이야기도 있었고, 한국은 아프리카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한다. 한국을 지지한 국가는 한국이 어떻게 의사를 대변해주길 원했나.

▲유치 과정에서 대륙별 표 집결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당히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많이 먹혔던 논리는 `도대체 아시아에 국제기구다운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나라가 이 점에 동조했던 것이 송도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공감대가 만들어졌기에 송도로 결정이 났다.
이사회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축제'이므로 어떻게 표결이 진행됐는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협력관계를 위해 다투는 모습은 보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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