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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돈줄이 막히고 재고가 쌓여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계속되며 재고 부담이 커지고 생산과 출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문턱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규모는 11조2천억원으로 작년 동기(15조2천억원)보다 26.3% 줄었다.

이 기간 대기업 대출 규모가 21조4천억원에서 28조3천억원으로 32.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 잔액은 대기업이 작년 말 115조원에서 올해 9월 말 143조원으로 24.6%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441조원에서 452조원으로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장기 침체에 대비해 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우량한 대기업 대출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인 탓이다.

은행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필요 자금을 마련하지도 못하고 있다.

올해 1~8월 중소기업의 직접조달 금액은 4천852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8천963억원)보다 74.4% 급감했다.

같은 기간에 대기업의 직접 조달액이 46조원에서 40조원으로 12.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중소기업이 약 6배 컸다.

중소기업이 막힌 돈줄을 영업실적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매출이 줄면서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생산과 출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재고지수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유럽 재정위기 전인 작년 7월 3.8%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작년 11월(10.6%) 10%를 넘은 이후 8개월째 두자릿수를 이어갔다.

올해 7~8월 한자릿수로 내려왔지만 아직 8.9%, 9.2%로 높다.

생산지수 증가율은 올해 8월 -4.9%로 2009년 10월(-7.5%) 이후 3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또 8월 출하 증가율은 -5.6%로 1월(-6.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대기업의 8월 생산과 출하지수 증가율이 각각 2.2%, 0.7%로 최근 플러스 상태를 유지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당분간 저성장 속에 `불황형 흑자'와 소비 축소가 예상돼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내년에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바젤Ⅲ가 도입되면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광희 정책본부장은 "수출에서 길이 안 보이니 내수 진작을 기대했는데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쓸 텐데 이마저도 안되고 있다"며 "지금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며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답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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