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최소화' 목표에 '건보재정 조단위 흑자' 상황 겹쳐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최근 4년간 최저치인 1.6%로 결정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정책적 목표가 있었던 데다 건강보험이 대규모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이듬해인 2009년 사상 최초로 동결된 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연도별 인상률은 재작년 4.9%, 작년 5.9%, 올해 2.8%였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 2000년 이후 전체 연도를 놓고 보더라도 내년 인상률은 두번째로 낮다.

건정심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과 기업 부담 증가를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인상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의 어려워질 경기 상황을 감안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건강보험 재정이 상당히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0년 1조3천억원 적자를 냈으나, 작년에는 6천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누적적립금도 1조5천600억원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연말 기준 흑자 규모는 2조2천억원, 적립금은 사상 최대인 3조7천억원으로 예상된다.

내년도에는 건강보험이 흑자 1조7천억원을 내고 적립금 규모는 5조5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건보료 인상률이 낮게 책정됐지만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입자가 큰 병에 걸릴 경우에 져야 할 부담을 줄이고, 국민 보건 차원에서 질병 예방과 건강 관리를 지원한다는 면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건보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보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원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의료행위 수가가 지나치게 낮아 의료인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의협은 올해 5월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 이후 수가 결정을 위한 건정심 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건정심은 "의협이 건정심에 복귀해 수가 결정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12월 중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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