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무인우주선 드래건, 화물 운송 마치고 무사귀환

나로호가 3차 발사의 꿈을 잠시 접고 발사대에서 내려온 사이,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민간 우주 시대가 시작됐다.

민간 기업 스페이스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의 약자)의 무인(無人) 우주선 '드래건(Dragon)'이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부리고 28일 멕시코 앞 태평양으로 무사히 귀환한 것.

지난해 7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 퇴역 이후 우주정거장으로 갈 로켓이 없어 러시아에 더부살이해온 미국이 우주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한 순간이었다.

우주인 혈액 샘플도 함께 귀환

스페이스X는 지난 7일 밤 플로리다주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Falcon)9' 로켓으로 드래건의 첫 상용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드래건 첫 시험 발사 이후 5개월 만의 성과였다. 드래건은 사흘 뒤 350㎞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 로봇 팔에 인도돼 도킹에 성공했다.

드래건은 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인을 위한 식품과 의류, 실험 장비 등 400㎏의 화물을 전달했다.

그중에는 한 우주인이 요청한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수송한 무인 우주선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와 유럽, 일본도 무인 우주선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짐을 부리고는 우주정거장에서 버린 쓰레기를 싣고 나와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타버린다.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미국이 임대해 쓴 '소유즈TMA' 우주선도 지구로 귀환하지만, 우주인 수송이 주 임무여서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없다.

드래건은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오가며 대형 화물을 나를 수 있는 유일한 우주선이다.
드래건이 힘들게 지구로 귀환한 것은 우주정거장에서 보낸 귀중한 화물 때문이다.
드래건은 우주정거장에 부린 짐보다 더 많은 900㎏의 짐을 실어 지구로 가져왔다.
그중에는 수백 개의 혈액, 소변 샘플이 들어 있다.
NASA는 그동안 우주왕복선이 가져온 혈액·소변 샘플로 우주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엔 뾰족한 수송 수단이 없어 1년 넘게 샘플들이 우주정거장 냉장고에 쌓여 있었다.

NASA의 우주정거장 지휘관인 수니타 윌리엄스가 드래건 귀환을 두고 "우리 일부도 함께 지구로 귀환한다"고 말한 건 그 때문이다.

사람은 일부가 왔지만, 몸 전체가 돌아온 생물도 있다.
NASA는 교육 목적으로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 바실러스 박테리아의 곰팡이 퇴치 능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깡충거미가 어떻게 먹이를 사냥하는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했다.

이들도 이번에 돌아왔다. 일본의 우주 오이 재배 실험 장비도 들어 있다.

내년에 두 번째 민간 무인우주선 발사

NASA는 2008년 스페이스X와 12번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화물 운송 계약을 했다.
계약 금액은 16억달러. 다음 발사는 내년 1월 중순으로 잡혀 있다.
다른 기업도 우주정거장행을 기다리고 있다.

오비탈 사이언스 코퍼레이션(Orbital Sciences Corporation)사는 올해 말 '안타레스(Antares)' 로켓 발사 시험을 할 예정이다.

시험이 성공하면 내년부터 이 로켓에 무인 화물선 '시그너스(Cygnus)'를 실어 우주정거장 화물 수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NASA는 이 회사와도 19억 달러 화물 수송을 계약했다.

최종 목표는 우주인 수송이다.
스페이스X사는 몇 년 내 7명의 우주인이 탈 수 있는 유인(有人) 드래건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민간 기업도 대부분 7인승 우주선을 개발 중이다.
우주정거장에 임무 교대로 가는 우주인은 보통 3~4명이어서 남는 좌석을 민간 우주여행에 활용할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의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가격 경쟁력이다.
스페이스X의 최고 경영자는 미국의 전자결제 1위 업체인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 그는 벤처기업 경험을 살려 로켓 가격을 대당 6000만달러로 낮췄다.

NASA가 만든 로켓의 3분의 1 수준이다. 머스크는 "머지않아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비용이 NASA나 러시아 우주선의 30~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