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일 “경제민주화와 성장정책은 선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또 따로 갈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과 구체적 정책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후보의 그간 경제공약 골간은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를 앞세워 4월 총선을 승리한데 이어 대선정국에서도 중도층 공략의 간판으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 후보는 ’성장’을 부쩍 자주 언급하면서 경제공약의 큰 틀을 선회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저성장의 경제위기론이 급부상하면서다. 보수진영의 전공분야인 성장을 앞세워 야권 단일화 등의 만만치 않은 정국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박 후보측 핵심 인사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장 대책과 관련, “세제지원을 포함한 재정정책과 금융지원 등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은 재정상태만 악화시켜 자칫 위기를 더 조장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취약층이 마음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위기 대응책도 단기ㆍ중장기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후보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민생 공약’을 마련하는 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새해 예산안 편성에서 경기부양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책라인 관계자는 “국가정책의 장기비전을 보여주는 대선공약과는 별도로 새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경기활성화 예산을 집어넣을 수 있다”면서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만큼 일부 재정적자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소속인 장윤석 국회 예산결산특위위원장도 새해 예산안 심사 방향과 관련, “건전재정 기조가 다소 후퇴하더라도 재정 확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기를 살려내는데 심사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 일각에선 박 후보의 대선공약에서 ‘성장’ 비중이 커지면서 자칫 ‘경제민주화 카드’의 강도가 다소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성장, 일자리 등을 다 같이 추진하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상식”이라며 “성장을 얘기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 대책에 변화를 줄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가속화할수록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론이 중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벌개혁’에 대한 반대론이 부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민행복추진위의 또다른 핵심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경제의 질서를 바로잡자는 것이기에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만 새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생활이 지나치게 어려워진다거나 만약 그런 염려가 있다면 속도조절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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