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대신 손가락 터치 ,스마트폰처럼 앱 실행


▲위=삼성전자는 최근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 ‘윈도8’을 적용한 스마트PC ‘아티브’를 내놓았다. 화면과 키보드를 분리해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아래=윈도8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타일 모양의 사용자환경으로 기존 바둑판 형태의 아이콘과 차별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파란 바탕,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정사각형 창문 모양의 로고,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은 아이콘…. 윈도 운영체제를 언급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빼놓고는 컴퓨터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PC 하면 윈도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그랬던 MS가 자신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8’을 내놓은 것이다.

○ 윈도8, PC 안으로 들어온 태블릿PC

MS는 지난달 26일 전 세계에서 윈도8의 동시 판매에 들어갔다.
윈도8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스마트PC ‘아티브’를 통해 새 OS를 체험해봤다.
가장 큰 특징은 타일 모양의 사용자환경이다.
전원을 켜면 크기가 다른 정사각형과 직사각형들이 PC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던 네덜란드의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일정한 크기로 바둑판처럼 배치된 아이콘은 온데간데없다.
기존 PC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정사각형 형태의 아이콘은 한동안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까지 마치 깰 수 없는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모두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윈도8의 변화는 직사각형 사용자환경(UI)에 그치지 않는다. 터치 기능을 전면에 적용했다.

화면에 손을 대면 창이 열리고, 사진 크기도 손으로 조절할 수 있다. 사실상 PC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윈도 스토어’에서 원하는 앱을 구매하거나 내려받아 PC에서 쓸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앱을 쓸 때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화면 오른쪽의 ‘참바(Charm Bar)’는 현재 쓰고 있는 앱을 확인하거나 공유, 검색처럼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모아 놨다.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부팅에 걸리는 시간은 윈도7의 절반으로 줄었다.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하면 PC가 다소 버벅거리던 현상도 확실히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바뀐 화면 배치가 어색한 이들을 위해 기존 윈도7처럼 쓸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기존 윈도 스타일의 화면에서 ‘윈도’ 키를 누르면 익숙한 시작 메뉴가 나타나는 대신 타일 모양의 시작 화면으로 되돌아온다.

○ 새롭지만 반응은 극과 극

이러한 점에서 MS의 시도는 새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형적인 PC의 사용자환경을 고수해서는 빠르게 모바일로 이동하는 사용자를 붙잡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세계 PC 시장이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성장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다 못해 어색한 느낌이 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PC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경험을 하는 건 신기할 수 있지만, 기존 PC 사용자가 이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용법에는 거의 변화가 없던 기존의 윈도와 달리 OS의 UI가 변한다는 건 소비자들이 PC 사용법을 새로 익혀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윈도8이 기업용으로 쓰기에 적절할지도 논쟁거리다.

PC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기존 프로그램과의 호환이 필수인데 윈도8의 변화가 커서 호환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다.

게다가 ‘태블릿용 윈도8’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혼란을 부추긴다. MS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ARM의 프로세서를 사용한 태블릿PC용으로는 ‘윈도8 RT’를 내놓았고, 일반 PC용 ‘윈도8’은 별도로 선보였다.

윈도8 RT의 앱은 PC용 윈도8에서도 쓸 수 있지만 PC용으로 만들어진 윈도8 또는 기존의 윈도 OS용 프로그램은 윈도8 RT에서는 쓸 수 없다.

이외에도 ‘윈도 스토어’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사용자가 많지 않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들은 “윈도8은 사용자를 모으려면 쓸 만한 앱이 많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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