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9일 부산·경남(PK) 방문을 시작으로 주요 전략적 요충지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여론 지지율 추이가 혼전인 격전지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표심(票心) 이반을 막기 위한 것이다.

PK의 경우 지난 1990년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간의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치면서 20여년 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부산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적 균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데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백지화 등에 따른 'PK홀대론'이 일면서 바닥 민심이 적잖이 흔들린 상황이다.

이미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선 김정길 당시 민주당 후보가 4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8년 전 대선 당시 득표율 29.9%를 훌쩍 뛰어넘은 바 있다.

이후 올 4·11총선에선 박 후보의 전폭적인 지원 유세에 힘입어 새누리당이 부산 사상과 사하을, 그리고 경남 김해갑 등 3개 지역구만 야당에 내주며 PK에서의 '야풍(野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출신의 문,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민심은 더욱 요동치는 듯하다.

최근 새누리당 부산지역의원들이 대선일까지 현지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겠다며 부산으로 내려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지역 민심의 '이상 기류'가 포착되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로선 수성(守成) 전략 마련이 절실해진 상황이 됐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7~8일 이틀 간 실시한 조사 결과(500명, 유·무선전화 임의번호걸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38%포인트)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 후보는 PK지역에서 문·안 두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각각 55.5%대 41.3%, 53.3%대 44.0%로 우위를 보였으나, 문·안 두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땐 박 후보가 49.9%, 야권 단일후보가 46.3%로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과거 대선에선 PK에서 여당 후보가 얻지 못한 표 가운데 상당 부분을 보수 성향의 제3후보가 가져갔지만, 이번엔 대부분 야권 후보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PK에서 60~70%대의 득표율을 기록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PK지역만 볼 때 야권 단일 후보의 득표율이 40%선을 넘어설 경우 박 후보의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표를 끌어내기 위해 지역 맞춤형 공약을 개발하고, 지역 출신 인재 또한 최대한 많이 중용한다는 방침.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최근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반대해 지난 1979년 10월 발생했던 '부·마(부산·마산) 민주항쟁'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한데 이어,

집권 뒤 정부조직 개편을 통한 해양수산부 부활을 약속하면서 PK지역 민심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박 후보에게 PK 민심을 확실히 잡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 또한 계속되고 있다. 당장 신공항 건설 문제가 박 후보에게 가장 큰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이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폐기했음에도 "그간 신공항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고,

이를 대선공약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신공항 입지를 놓고 부산 지역에선 가덕도를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의 또 다른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선 경남 밀양을 선호하고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지역발전추진단도 박 후보에게 보고한 지역발전 공약안에서 신공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입지선정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정략적인 이유로 국책사업 방향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신공항도 당장 그 입지를 정하기보다는 집권 뒤 객관적 평가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부 참모들이 "흔들리는 PK 민심을 잡으려면 TK의 양해를 얻어서라도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입지를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지만, 박 후보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부산 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관련 건의를 받았지만 "공약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신공항은 PK는 물론, TK에도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에 박 후보로선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결단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박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일각에선 박 후보가 과거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수장학회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의 5·16군사쿠데타 직후 부산 출신 기업인인 고(故) 김지태씨가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를 국가에 헌납하는 과정에서 군부의 '강압'이 있었다는 논란도 "박 후보의 PK 수성 전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부산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정수장학회 문제 때문에 부산 민심이 요동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나빠진 지역경제 등의 각종 악재(惡材)가 겹치면서 바닥 민심이 많이 흩어진 건 사실"이라며

"박 후보가 TK 출신이기 때문에 PK가 다시 차별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조선 기자재 산업화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조세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부산을 선박금융 특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구상과 공약을 발표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