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조직동원’ 의심ㆍ여론조사 이상기류에 극약처방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이 14일 야권 후보단일화 룰협의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이날 ‘안철수 양보론’ 등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측에서 거론된 것으로 보도되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양측 사이에 냉기류가 돌았으나 협상중단까지 갈 것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직 동원을 통한 지나친 세몰이, 협상팀원에 대한 인신공격, 협상 관련 내용 공개 등 문 후보 측에 대한 불만이 중첩되면서 결국 ‘보이콧’이라는 극약 처방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이 이런 문제점들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민주당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조직을 총동원한 문 후보 측의 압박이 거세지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추월당하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안 후보 측이 국면 전환을 위해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단일화 룰 협상에서 모바일 경선을 배제하기 위한 지연전술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캠프는 이날 ‘안철수 양보론’ 기사가 보도되자 들끓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화 협의 실무단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캠프 고위급 인사의 주문도 있었다고 한다.

유민영 대변인이 오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여러 행동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캠프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민원실로 쏟아진 ’문의 전화’가 기름을 부었다.

안 후보 측 박인복 민원실장은 “‘양보한다면서 왜 펀드를 모금하느냐’, ‘사기치느냐’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면서 “문 후보 측 인사들이 소문의 진원지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광희 비서실장 등 단일화 실무팀은 오전 문 후보 측과 만난 자리에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민감한 반응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의 설문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더구나 캠프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역전당한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나온 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였다.

박선숙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을 포함한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근 들어 여론조사의 문항이 갑자기 바뀌는 등 여론몰이가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민원실장도 “여론조사에서 (전화조사원이 지지후보를 물을 때) 문 후보만 이야기한 뒤 (응답이 없으면) 안 후보를 언급하지 않고 끊어버린다는 제보도 왔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이 최근 조직 자원을 풀가동해 공세를 펼치는 데 대한 경계심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와 3선 이상 중진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도 무소속으로 남는다. 그러면 민주당은 꽝이다. 전통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문 후보 측이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협상 실무팀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해 문 후보 측 정무특보인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이라는 등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후보 측과 민주당 측의 신뢰를 깨는 행위는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 “누차 비서실장을 통해 항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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