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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혐의를 받는 김광준 검사의 은행 계좌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것을 두고 양대 수사기관이 다시 한 번 맞붙을 기세다.

'청구 요건도 못 갖췄다'며 영장을 받아줄 수 없다는 검찰과 '또 다시 수사를 가로막았다'는 경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와 연결된 본인 명의 계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수사기록을 빠트린 점'을 걸고 넘어졌다.

'차명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면 응당 입금자 조사 기록이 있을텐데 왜 내지 않느냐'는 것과 '조사내용상 뇌물임을 의심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전혀 없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받은 돈 자체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도 없이 돈의 용처부터 캐겠다는 식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순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지휘 관행과 기준·원칙에 따라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만일 입금자 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도 영장 신청서에 기록을 첨부하지 않았다면 이는 검찰 수사지휘권에 대한 '잠탈 행위'(몰래 빼앗는 것)"라고 열을 냈다.

검찰은 지난 14일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을 때부터 일찌감치 요건에 미달한다고 봤지만 전날 수사협의회가 개최된 탓에 곧바로 기각하지 않고 하루를 끈 뒤 이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김 검사 본인 명의의 계좌를 추적해 부정한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고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려 했는데 검찰이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해 수사가 어렵게 됐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실상은 더 강력히 반발하는 분위기다.

검찰 간부의 비리를 포착해 벌이는 경찰 수사를 특임검사를 지명해 가로채 가더니 이번에는 자금의 용처 수사로 향해가는 경찰을 길목에서 딱 차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와 실명계좌의 연관성, 차명계좌로 들어온 자금 내역과 입금자 이름, 돈을 넣은 사람의 직업과 분석, 자금의 성격과 흐름 분석 등 약 3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첨부해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다"면서 "평소라면 검찰이 계좌추적 영장을 충분히 청구해줄 만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쟁의 이면에는 먼저 수사를 진행해온 경찰과 특임검사팀의 수사가 겹치는 이중수사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참고인 인권침해 문제 때문에 겹치는 부분은 수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수사내용이 공개되는 족족 특임검사팀은 수사에 착수하고 반대로 경찰은 수사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게 경찰 쪽 시각이다.

즉 이런 연유로 경찰이 참고인 진술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검찰은 자료부족을 핑계로 영장을 기각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보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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