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결국 대선 정국을 틈타 재건축초과이익에 관한 환수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아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2년간 중단된다. 이번 법안은 경실련이 누차 지적했듯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에 훈풍을 불어넣어, 집값 거품을 떠받치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민생과 서민, 경제민주화를 외친 19대 국회가 집 없는 무주택자와 집값 폭등기 시절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서민들은 나몰라하고 또다시 강남 집 부자와 토건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재건축 연한은 도정법과 지자체별 조례를 통해 규정하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1986년 이후 준공된 공동주택은 30년, 1991년 이후 준공된 주택은 40년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건축물 중 ‘중대한 기능적 결함 또는 부실 설계·시공으로 인한 구조적 결함’이 있는 건축물은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아도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안전진단을 거쳐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벽돌과 콘크리트로 지은 주택은 해외의 경우 수십·수백년을 사용하는 주택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허름한 소형아파트조차 없는 서민이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더 이상 집을 부수는 것은 그나마 서울에서 서민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더욱 적게 만들고 국가적 낭비를 반복하는 행위로 이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집부자·투기꾼 특혜 남발하는 행동 중단해야

내진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1만㎡ 이상으로 짓는 주택단지부터 적용되었으며 통상 1991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들은 내진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원, 목동 등 1980년대 후반에 신시가지로 준공된 아파트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 사는 아파트들로 이들은 재건축을 통한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대상아파트가 수백만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아파트와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들은 2년안에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면 개발이익의 전면 사유화가 가능해진다. 지난 2006년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개발이익의 10-50%를 부과했던 초과이익 환수가 중단되는 것이다. 이는 연한을 줄이고 재건축 단지의 개발이익이 모두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는 특혜를 베풀어 집 부자들과 투기꾼들의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급격히 빠지고 있는 집값 거품을 떠받치려는 수작이다.

대선후보들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입장 밝혀라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다. 여야 할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자신들이 서민경제 안정과 공정한 경쟁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건축 특혜 법안 통과로 이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모두 표를 얻기 위하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특히 이번 법안은 과거 열린우리당 집권여당 시절 만들어진 법이지만 스스로 법안을 부정한 것도 모자라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토해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통과됐다. 더군다나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이 경제민주화와 서민을 외치는 사이 그의 가장 중요한 참모진은 서민이 아닌 부자와 토건업자를 위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한 것이다. 또한 현직 의원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법안처리 당시 유세를 핑계로 본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고 자신들이 주구장창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법안이 처리됐음도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중 80%는 부동산으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부동산에 아직까지 많은 거품이 끼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들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공약을 발표조차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품을 지탱하고 2000년대 중반처럼 집값 폭등기로 돌아가기 위해 이같은 법안을 처리함에도 아무런 입장이 없다. 후보들은 정치권의 재건축 특혜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재건축 활성화 법안은 대규모 멸실을 유도해 정치권이 대란인양 호들갑 떠는 전월세값 상승을 오히려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가락시영 재건축 고시이후 그곳에 살던 70%의 저소득층 세입자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라는 허울뿐인 단어가 자신들의 진심인양 선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법안의 잘못을 깨닫고 과표 정상화, 후분양제, 뉴타운법 폐지 등 즉각 부동산 거품을 뺄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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