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대비 신상품 규제 확 풀겠다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5년 후 은행의 순이익이 올해의 16%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이 금융권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90년대 일본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신상품 규제 완화, 회사채 시장 활성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7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개최 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보다 성장률과 금리가 각각 1%씩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매년 1%씩 하락한다고 가정하고 은행들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본 결과, 18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5년 후 올해 이익(8조5000억원)의 16.5%인 1조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성장·저금리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지금 90년대 일본과 유사”‥금융상품 다양화·해외 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해야

권 원장은 이같은 내용을 이날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보고했다. 금융감독자문위원회는 학계, 연구기관, 소비자단체, 법조계, 언론계, 금융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지난 2월 출범했으며 매 분기별로 5개 분과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올해 2.1%인 순이자마진(NIM)은 5년 후 1.9%로 0.2%포인트 떨어지고 자산수익률(ROA)도 0.5%에서 0.1%로 0.4%포인트 급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이 10년간 지속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8개 시중은행들은 5조2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고 ROA도 마이너스(-)0.2%로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권 원장은 “일본은 저금리ㆍ저성장ㆍ고령화에 버블까지 겹쳐 어려운 20년을 겪고 있다”며 “구조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초기상황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금리ㆍ저성장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금융상품 다양화,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권의 신상품 개발 규제를 풀어주고 자산포트폴리오 다양화 등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고위험 위주로 흐르지 않게 이 부분에 대한 리스크 감독도 강화할 계획이다.

◆ 외감기업중 20%인 3000여개 한계기업‥P-CBO 등 회사채시장 정상화 유도

경기침체 장기화로 내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경색된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1만5000개 외감대상 기업 가운데 20%인 약 3000여개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이자보생배율 1배 미만 기업들이다.

권 원장은 “최근 웅진 사태 이후에 AA등급 이상인 초우량 회사채를 제외한 A등급 이하 회사채도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웅진홀딩스등 여러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영향도 있고, 우리 신용등급이 선진국에 비해 과대 포장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4조원 규모의 회사채 중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는 약 2조원 규모다. 권 원장은 “내년에 기업들이 영업현금흐름에 어려움이 있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위, 기재부 등 정부와 협의를 통해 프라이머리-CBO시장도 활성화시키고, 하이브리드 채권,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채권도 발행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신경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악화 대비 ‘주채권은행 역할 강화’

내년 경기 악화에 대비해 주채권은행의 역할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흐름에 맞춰 주채권은행이 계열의 무분별한 경영 및 투자행위를 견제할 수 있도록 계열사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및 재무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그동안 회사채 조달로 은행채무를 상환해 주채무계열 관리대상(33개계열)서 빠져 주채권은행의 관리감독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들 계열에 대해서도 여신 최다은행이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겠다”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내년에 대기업 경영 악화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하기가 어려워지고, 채권금융회사가 보수적으로 여신을 심사하면 법정관리 등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도급 하청 업체들에 어려움이 많이 생길 수 있어서 현재 중기청과 함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상생보증대출을 제대로 개선해 2~3차 기업들에게 자금이 흐르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내년에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에 어려움이 심화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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