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올 한해 편의점 업계에선 ‘알뜰형 소비’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업계에선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규격’ 상품 판매 증가, PB(자체브랜드) 상품 강세 등이 눈에 띄었다.

또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편의점 내에 가정 상비 의약품 판매와 콜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에너지 음료의 고공행진 등도 올해 편의점 업계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였다.

◆PB상품의 재조명

올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PB상품에 대한 재조명이다. 불황 속에서 PB상품은 단순히 저가 상품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기존 상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편의점 CU(구 훼미리마트)에선 PB상품의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92% 증가했다. 불황 속에서 차별화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인식전환을 가져왔다는 게 CU 측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PB상품 이용실태’에 따르면 PB상품이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응답이 70.0%에 이르렀고, 최근 1년간 PB상품을 구매해본 소비자도 74.6%에 달했다.

편의점 내 대표적인 PB상품인 도시락이나 가정간편식(HMR)은 경기불황과 맞물려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PB용 상품은 불황과 함께 각사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1위 자리를 넘고 있다.

GS25에서 판매되는 ‘아이스컵’의 경우 편의점 판매량 부동의 1위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밀어내고 GS25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 부상

또 올해 편의점 업계에선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

올해 전체 가구 수 중 1~2인 가구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48.2%를 돌파한 가운데 편의점에서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1~2인분의 가정 간편식 상품을 비롯해 소포장 반찬, 소포장 야채청과류, 미니세탁 세제(750g), 200g 용량을 줄인 케첩·마요네즈(300g), 미니와인(187mL)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CU에서 1~2인분 가정 간편식 상품은 전년대비 44%, 소포장 반찬은 52%, 미니세탁 세제는 36% 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에너지 음료가 편의점 음료시장을 강타한 한 해였다.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 성분 함유 등으로 유해성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10배 안팎으로 성장했다.

에너지 음료는 올 상반기 코카콜라의 매출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9~10월엔 콜라 전체 매출을 위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핫식스에 이어 2011년 레드불, 올해 번인텐스, 파우 등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세븐일레븐에서 에너지 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며 “에너지 음료 돌풍의 중심에 있었던 핫식스는 지난해 100위 안에도 못 들었지만, 올해는 매출이 15배 이상 상승하며 당당히 5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달 15일부터 편의점에서도 진통해열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총 13개의 일반상비의약품 판매가 허용됐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제도 시행 이후 지난 20일간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조사한 결과, 약 22만4000개 의약품이 판매됐으며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구입한 수량이 전체 구입량의 72.6%를 차지할 정도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통계적인 변화는 편의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며 “내년에도 싱글족과 맞벌이 가구를 위한 소포장상품, 식사대용 상품, PB상품 등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별로 판매량을 보면 CU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롯데칠성 레쓰비마일드, 농심츄파춥스 200, GS25의 PB용 아이스컵, 바나나맛 우유, 츄파춥스 200, 세븐일레븐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진로 참이슬, 레쓰비마일드 등이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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