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안철수 글쎄?…승부의 키는 캐스팅보트 쥔 40대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자진사퇴한 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에 대선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근소하나마 우위를 유지하며 패권에 한 발짝 더 다가서 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안 전 후보의 막판 끼어들기에 행여 변수로 작용할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반면 민주당의 문 후보에게는 믿을 구석이 생겼다.

그간 박 후보를 맹렬히 추격했지만 사실상 따라잡기에는 다소 힘겨워 보였는데,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새로운 원동력을 찾은 셈이다. 막판 대혼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앙뉴스가 안 전 후보의 등장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安風’의 실상과 허상을 추적해봤다.

대선을 꼭 9일 남겨둔 10일, 국내 각종 매체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나마 일관된 것은 박 후보가 다소 우세하다는 것.

눈에 띄는 것은 골수진보매체인 오마이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인데, 이곳에서만 타 매체와 달리 문 후보가 우세하다고 발표했다.

오마이뉴스는 9일 여론조사결과,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뒤집히는 결과가 나왔다고 10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다자대결 지지도("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전날(8일)보다 3.0%p 상승한 48.1%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전날보다 2.8%p 하락한 47.1%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1.2%, 다른 무소속 후보들은 합해서 0.3%였다(무응답 3.3%).

이번 조사에서 문 후보가 오차범위에서나마 박 후보를 추월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40대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조사에서 박 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했던 40대와 수도권 지지율이 이번 조사에서는 뒤집혔다. 수도권(708명)에서 박 후보는 48.4%(8일) → 43.1%(9일)로 하락한 반면 문 후보는 45.4%(8일) → 52.1%(9일)로 상승했다. 40대(316명)에서도 박 후보는 47.2%(8일) → 42.7%(9일)로 하락했지만 문 후보는 46.5%(8일) → 52.8%(9일)로 상승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여전히 19/20대(문 70.1% - 박 24.2%)와 30대(문 67.2% - 박 25.0%)에서 문 후보가 크게 앞섰고, 50대(박 55.6% - 문 39.5%)와 60대(박 70.5% - 문 27.0%)에서는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나머지 지역별로도 여전히 문 후보는 호남(문 73.3% - 박 24.2%)에서, 박 후보는 대구/경북(박 68.6% - 문 28.8%), 부산/울산/경남(박 54.4% - 문 39.9%), 충청(박 51.9% - 문 42.4%), 강원/제주(박 56.9% - 문 35.4%)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적극투표층(1266명)에서는 문 후보와 박 후보 모두 똑같이 48.7%를 기록해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반면 지지도와 달리 당선가능성("지지하는 후보를 떠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두 후보 중에서 누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을 묻는 질문에는 박 후보가 과반이 넘는 52.8%를 얻어 44.2%에 그친 문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다(무응답 3.0%).

"이번 대선에 투표하실 때 '이명박 정부 심판론'과 '노무현 정부 심판론' 중에서 어떤 기준에 더 중점을 두고 투표하시겠습니까?"를 질문한 결과, "이명박 정부 심판" 응답이 56.9%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노무현 정부 심판"은 27.3%로 약 절반에 그쳤다(무응답 15.8%). 전날 조사와 비교할 때 "이명박 정부 심판"은 5.5%p 상승(51.4% → 56.9%)한 반면, "노무현 정부 심판"은 3.6%p 하락(30.9% → 27.3%)한 결과다.

집권정당 선호도("이번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질문에는 '정권교체' 응답이 49.5%, '새누리당 재집권' 응답이 43.8%를 기록했다(무응답 6.7%). 전날 조사와 비교할 때 새누리당 재집권 선호도는 2.5%p 하락한 반면, 정권교체 선호도는 3.1%p 상승해, 둘 사이의 격차는 5.7%p로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정당지지도("현재 지지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호감가는 정당은 어디입니까?")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똑같이 42.3%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시민사회진영과 통합해 민주당이 신설 창당한 이후 40%대 지지율을 넘어선 이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응답자 중 41.3%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을, 36.5%는 민주당을 찍었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투표층은 84.4%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 11월 23일 안철수 전 후보 사퇴 이후 단일화 과정 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관망세로 돌아섰던 야권 지지층이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지금 상황이 지난해 4월 27일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정확히 열흘 앞두고 실시했던 두 번째 TV 토론회 직후부터 최문순 후보가 맹추격을 시작하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안 전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지원에 나서고, 문재인 후보도 거국내각 구성 등 기득권 축소와 새정치로 화답하면서 야권 지지층, 특히 40대의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역전했다고 보도한 매체는 오마이뉴스가 유일하다. 여타 다른 매체 모두는 박 후보의 우세에 무게의 추를 달았다.

각 언론사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서 박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다.

지난 6일부터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선거지원을 받기 시작한 문 후보의 지지율 변동 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결과는 야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안철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오차범위 내에서 5%p 안팎 격차로 박 후보의 우세가 이어졌고, 가장 크게는 격차가 11.1%p까지 벌어졌다.

앞서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는 46.0%, 문 후보는 41.7%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주일 전 같은 조사(11월30일~12월1일)에 비해 4.0%p에서 4.3%p로 더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휴대전화 임의걸기(RDD)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뒤이어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문 후보 지지율은 47.5% 대 42.7%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안 전 후보의 선거지원 선언 하루 전인 지난 5일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44.3% 대 38.8%)에 비해 격차는 5.5%p에서 4.8%p 소폭 좁혀졌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RDD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같은 날 ‘국민일보’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47.4%를 기록해 문 후보(42.7%)에게 4.7%p 앞섰다.

안 전 후보의 지지자 중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부동층의 비율은 11.9%(전체의 3.7%)였다. 안 전 후보의 지지자 10명 가운데, 1명만이 ‘최후의 선택’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또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은 80.4%에 달했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박 후보가 51.4%로 문 후보(43.8%) 보다 7.6%p 높았다. 이번 조사는 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다. 여타매체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그 격차가 무려 10% 이상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보도를 통해 자체 여론조사팀이 6~8일 전국 유권자 3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박 후보가 49.0%로 문 후보(37.9%)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고 밝혔다. 격차는 11.1%p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폭이 컸다.

1주일 전 같은 조사(11월 30일~12월 1일)의 결과는 48.1% 대 문 37.8%로 비슷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1664명)+집전화(1336명) RDD 방식으로 조사했고,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응답률은 32.1%다.

중앙일보는 “중앙일보를 포함한 모든 여론조사는 언론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조사기관 명의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안 전 후보의 ‘조건 없는 문재인(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적극 지원’ 선언 이후에도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확대되던 추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당초 문 후보 측이 기대했던 ‘安風’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安風’이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2030세대 중 상당수가 부동층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데다, 40대도 아직 ‘문재인 쏠림’ 경향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박 후보 진영의 40대 공략이 ‘안철수 효과의 저지’에 성공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거꾸로 ‘충성도 높은’ 5060세대 투표율은 항상 높게 나타났던 만큼, 이번 대선의 승부는 결국 개혁 성향의 2030세대와 보수 성향의 5060세대의 투표율 대결 속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40대에서의 문 후보 대 박 후보 지지율 격차도 주요 변수다.

참고로 지난 6일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선언 이후 발표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서 JTBC-리얼미터(8∼9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8일), 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8일),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7∼8일), 채널A-리서치앤리서치(R&R·6∼8일), 중앙일보(6∼8일), SBS-TNS코리아(6∼7일) 등의 조사에선 모두 박 후보가 문 후보에 앞섰다.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격차는 0.6%포인트(채널A)∼11.1%포인트(중앙일보)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문 후보 지지율이 박 후보를 뛰어넘은 사례는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조사(9일)가 유일하다. 이 조사에선 문 후보가 48.1%, 박 후보가 47.1%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가 오차범위(±2.5%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안 전 후보의 지원 선언과 유세 동참에도 불구, 문 후보가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인 2040세대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박 후보 47.5%, 문 후보 42.7%의 지지율을 보인 조선일보 조사 결과를 세대별로 분석해 보면 ▲20대에선 박 후보 33.3%, 문 후보 53.3% ▲30대에선 박 후보 29.8%, 문 후보 58.5% ▲40대에선 박 후보 41.8%, 문 후보 48.9% ▲50대에선 박 후보 64.3%, 문 후보 28.3% ▲60세 이상에선 박 후보 67.4%, 문 후보 24.9% 등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도 문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40대에서 문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박 후보를 따돌리지 못할 경우 문 후보의 대선 승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박 후보 측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조사기관별로 편차가 너무 크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 후보 선거대책위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 브리핑에서 "여론조사 수치를 안 읽는다"며 "절박하고 절실한 심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래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국민 민생만 바라보고 왔다는 점이 지금 가장 긴장된 순간에 상당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회의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심정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민생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문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영등포 당사 브리핑에서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편차가 커서)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 단장은 "어떤 여론조사는 (문 후보가) 앞서고, 어떤 여론조사는 11%포인트 뒤지고 이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지표보다는 흐름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 지지세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아직 지지율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현장 분위기에서 급격한 결집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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