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산업 환경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은행권이 적자상품 정리에 나서는 등 수익성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해에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자산 성장세가 둔화하고 순이자마진(NIM·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거둔 순수익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비율)이 줄어들어 은행들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적자상품 없애라”…이벤트성 고금리 상품 줄듯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은행은 지금까지 판매했던 상품들의 수익성을 점검해 손해가 나는 상품은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현재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 중 상당수가 손해를 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적자 상품을 정리하면 경기 상황이 좋아져 이익이 늘어날 때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신용카드나 예·적금 상품을 만들었는데 실적이 미미하거나 유지비용만 들어가는 상품이 주요 정리 대상이다. 기존 고객이 있는 예·적금은 신규 가입을 중단해 서서히 가입자를 줄여가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도 내년 경기 상황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이 너무 많으니 우리가 잘하는 상품이 뭔지 골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수익성이 없는 상품은 계속 정리해 왔다”며 “올해도 그러한 작업은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프로 스포츠의 우승팀을 맞히면 금리를 더 주는 이벤트성 고금리 상품이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은행 고객은 ‘뱅크라인통장’을 이용하면 한 은행처럼 무통장 학자금 송금 수수료나 통장 입·출금 수수료, 영업시간 중 현금카드 인출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수익 창출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수수료 면제 상품이나 이벤트성으로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비용은 줄이고 저원가성 예금은 늘리고

시중은행들은 지점 임대료나 시스템 유지 관리비를 줄이고 저원가성 예금(고객에 연 0.1% 수준의 낮은 금리를 주는 예금)을 늘려 수익을 높이는 방안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원가가 낮은 예금을 늘리면 예대마진이 커져 은행 수익이 좋아진다.

기업은행은 수익대비 임대료가 과다한 지점은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기고 현금입출금기(ATM) 운영 현황도 점검해 지하철역 개통 등으로 고객의 동선이 바뀐 경우 ATM을 없애거나 줄일 계획이다.

또 사업본부별로 운영하는 시스템 중 통폐합이 가능한 시스템은 하나로 묶어 유지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5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고 국민·우리은행도 저원가성 예금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부터 저원가성 예금 확대를 핵심 영업전략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은 한국금융연구원 등과 함께 은행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용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 은행과 함께 은행산업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면서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이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문제지만 수익 구조는 튼튼해야 한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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