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내홍을 빚은 민주통합당에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 논쟁까지 불붙고 있다.

넓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우클릭’ 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의 진보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지난해 4·11총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민주당은 정체성 정립을 둘러싸고 격한 노선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3일 교통방송에서 “(민주당이) 이제는 분명한 노선 수정을 해야 한다”며 “좌클릭으로 가는 것을 중지하고 중도에 있는 분도 같이 갈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실패했는데도 잘못된 노선을 대선까지 유지해 결과적으로 표가 안 나온 것”이라며 “이런 노선으로 그냥 가면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에 대해서도 “그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난동을 해서 결국 예산안을 해를 넘겨 처리한 것은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3선의 김동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7.5%가 보수, 36.0%는 중도, 21.2%가 진보라고 답했다”며 “중도층은 물론이고 보수층까지 껴안는 노력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김기식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좌클릭이 대선 패배 요인이란 지적에 대해 “원인 진단이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이 당론”이라며 막판까지 예산 처리를 반대했다.

“‘안철수 단일화’라는 카드를 썼으면 이겼다”라는 법륜 스님의 전날 발언을 놓고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김 의원은 “대단히 주관적인 평가다. 그런 인식이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일화 룰 협상 때 문재인 전 대선후보 측 인사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학영 의원은 평화방송에서 “단일화 이전 여론조사 수치로 보면 법륜 스님의 말이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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