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발표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학자형 인수위'이다.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과 대변인을 제외하고 각 분과 간사 등 인수위원 22명 가운데 전·현직 교수 출신이 16명에 달하고 나머지는 관료 출신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학자들이 새누리당 대선기구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거쳐 인수위의 3분의 1이나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정무형 실세 인사들이 주축이 됐던 17대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17대 인수위에서는 정치·행정경험이 많은 현역의원 9명이 인수위원에 포함돼 현역의원이 7개 분과 중 5개 분과의 간사를 맡았으며, 교수 출신은 이번 인수위의 50% 수준인 8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18대 인수위 9개 분과 중 현역의원이 간사를 맡은 경우는 경제 1·2분과의 류성걸·이현재 의원 2명뿐이며 이들도 '정무형 정치인'이 아닌 '정통 관료' 출신들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오히려 구성 면에서 볼 때 16대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와 닮은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16대 인수위에서 현역의원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 1명이었고 대부분 교수·학자 등 정책통이 중심을 이루면서 '교수 인수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는 54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정책 중심의 활동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분과별 업무 현황 파악 과정에서 정부 측과 이견으로 마찰이 표출되거나 사전조율이 충분치 않은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기도 해 교수·학자 출신들이 대정부·대언론 관계에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인수위도 16대와 마찬가지로 교수·학자 출신이 주축이 된 만큼 언론을 대한 경험이 적고 대야 관계 등 정무적 감각이 미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학자형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정무 감각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 역할이 박 당선인의 국정비전과 대선공약의 구체화, 정권 인수인계 등으로 한정된 데다 학자 출신 상당수는 박 당선인과 미래연에서 오래 정책적인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의원은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교수 중 일부는 실무에 굉장히 밝아 관료 수준"이라며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일한 경험도 있어 교수보다는 실무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약을 직접 성안했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수월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빠지면서 실세들 간의 권력 다툼, '줄 서기' 관행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병섭 교수는 "인수위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당선자가 인수위를 통해 큰 국정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학자 위주의 인수위 구성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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