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책임총리제' 가능할까? 책임총리제 실현 가능성과 그 후보들

책임총리제의 기능과 역활을 조명해보자.

책임총리제의 개념은 국무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국정의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분담하여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책임총리제는 대선에서 문후보가 안철수를 포섭하기 위한 정책으로 뉴스상 많은 보도가 되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 역시 책임 총리제를 염두에두고 누굴 박근혜 정부의 총리를 내정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제도와 정책은 예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된적 있다.

책임총리제는 한국의 특수 상황에서 비롯된 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부통령 대신 국무총리라는 직책을 두고 있는데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에 이어 국정의 2인자로 행정부를 통괄하고,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국무위원의 임명ㆍ제청권, 해임 건의권 등을 행사는 행정부의 수장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를 보면 국무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모든 권리를 자유로이 행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때문에 국무총리는 명불허실의 방탄총리, 의전총리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한때 노무현 정부에서도 책임총리제 시도 한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지양하기 위해 출범 후 ‘책임총리제' 실시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했다,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해임 건의권의 실질적 보장, 행정 각부 통합을 위한 국무총리의 위상 강화, 국무총리의 정책조정기능 강화 등의 방안을 갖췄었지만 실제로 이런 방안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권한의 축소라는 부정적인 메시지로 인해실행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항간에서는 노무현 정부시절 초대 총리인 고건 총리 시절 책임총리제가 실시됐다고 보는 쪽과 그렇치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책임총리제가 실시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04년 6월 고건 총리 후임으로 이해찬 총리가 취임하면서 상황은 다소 바뀌었는데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 업무를 분담하는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분권형 국무총리는 국정운영은 총리가 총괄해 나가고 대통령은 장기적 국가 전략과제 또는 주요 혁신과제를 추진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순차적으로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구체적 업무분담을 명료하게 구분 해 나갈 것“이라 했습니다.

또한 “국무회의 운영도 총리 중심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여 ‘책임총리제' 실시를 시사하는 듯 했지만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책임총리제 실시 방침을 밝힌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분권형 국정운영'은 분명 과거 역대 정부에서 보기 어려웠던 진 일 보된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분권형 대통령제란 구체적으로 확실한 정의가 필요하다.

'분권형 대통령제'란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등 안정적 국정수행이 요구되는 분야를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아 책임정치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각자 통괄하는 각료에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내각제 못지 않게 총리권한이 강화되는 시스템이다. 국회의 내각불신임권과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부여되기도 하는데, 현행 우리나라의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함께 행정수반으로서 행정권을 부여하고,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도록만 하고있다.

따라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려면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

위와 같이 두 정책은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운영하려고 했던 체제였다.현 정권과 관련해 국민들은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가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 정책을 이해하였다면 이번에 내정될 국무총리의 선택을 바라보는 것도 모든 국민들의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 처럼 이번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 누가 오르는 지에 대한 관심이 그래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조각 등을 위한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제’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제 하의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조각권 일부 등 행정적 권한의 확대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박근혜 당선인 측은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 부처의 인사권을 보장해주는 정도의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국무위원은 행정 각 부의 장관 등이 겸임하는 것이니 만큼 기존의 국무총리의 것과 비교하면 그 권한이 상당히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를 시행할 경우 국무총리 인선이 빨리 진행되어야 총리의 동의를 받아 조각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보다도 빠른 일정의 진행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당선인 측도 오는 20일 전후에는 총리 인선을 끝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인수위 비서실이 모처에서 인사검증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측도 책임총리제를 반드시 도입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10일 민주통합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변재일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내정자는 ‘책임총리제 도입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누차 강조하고 요구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의 헌법상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법을 만들어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분할한다는 측면이 강조됐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책임총리제의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다.

책임총리제, 가능한가?

그러나 지금 시기에 책임총리제가 실제로 가능한 지를 한 번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일반적인 대통령제에서는 국무총리 등 내각수반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통령중심제의 핵심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역할을 엄격히 분리하고 ‘행정부의 수장’과 ‘입법부의 구성원’을 국민이 선출한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무총리가 존재하고 입법부가 내각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현재 한국의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제도적 원리 하에서 권한이 강화된 총리는 일종의 예외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고 이러한 예외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아직까지 확신을 갖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역대의 사례를 돌아보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정치인에 가까운 인사를 국무총리로 임명하거나 실무적 효용성의 극대화를 위해 관료에 가까운 인사를 임명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정치인을 임명하자니 권력이 강화된 책임총리제 하에서 입법부의 정치적 이해득실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관료에 가까운 인사를 임명하자니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인 책임총리제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기적인 문제를 검토해도 책임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는 가에 의문이 남는다. 새 정부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경제위기의 극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전문가 등의 인상을 갖는 총리가 임명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통령의 수족이 될 ‘실무형 총리’가 등장하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과 동일한 논리로 책임총리제의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부총리를 부활시켜 경제위기 대응을 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의 입장을 조율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부총리의 몫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책임총리제는 유명무실한 것이 된다.

좀처럼 2인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 당선인의 스타일도 책임총리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누가 친박의 실세라더라’는 소문이 돌 때마다 당사자가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의 독특한 인사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임총리제의 취지를 따르면 총리직을 맡은 사람은 명실상부한 정부의 2인자가 되는 것인데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철학을 적용하면 정부가 도저히 원만하게 굴러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누구를 임명하나?

현재 예상되는 총리 인선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소위 ‘화합형’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이다.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호남 출신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준영 전남도지사, 한광옥 인수위 대통합위원장 등이 언급된다. 이 중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호남이 문재인 후보를 충동적으로 선택했다’는 발언을 통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러한 발언이 바로 총리직 임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둘째는 ‘전문가형’으로 말할 수 있다. 다가올 경제위기의 성공적인 극복을 위해 능력이 검증된 인사에게 총리직을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나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이러한 측면에서 총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김종인 전 수석과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데다 능력도 이미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하준 교수의 경우 진보적 성향을 가진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인사라는 후문이다.

셋째는 ‘참신형’ 이다. 기성 정치권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새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핵심이다.

이런 형태의 인사로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김영란 전 위원장의 경우 특유의 청렴함과 개혁적인 이미지와 박근혜 당선인과 같은 여성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결국 이 세 가지 범주에서 의도하는 바를 다수 만족시키는 인사가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누구를 총리로 임명하든 애초의 의도인 책임총리제의 실현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국무총리 후보로 거명되는 인사들의 개인의 적합성을 논하기 전에 총리를 중심으로 한 행정 각부의 역할과 권한을 다시 조율하는 세부적인 조정이 선행되는 것이 성공적인 책임총리제 실현의 첫 걸음이라는 점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수위와 박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닌가 조심스레 전망해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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