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했던 최대석 인수위원 레드카드 제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에서 자진 사퇴한 최대석(57)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주변의 무성한 말들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김장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외교통일분과 간사는 14일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 배경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부 알력설'을 일축했다.

김 간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건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나 (같은 분과) 윤병세 위원이 알력을 행사할 사람들이냐"며 "그런 것은 절대 없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의 사퇴 전 거취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며 "일을 열심히 하셨다"고 답했다.

그는 "(최 위원이) 일신 상의 이유로 사퇴했다는 것 외에는 제가 아는 바가 없다"며 인수위원 추가 인선 계획과 관련, "아마 곧 발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최위원은 인수위 사무실을 나와 가회동 초등학교 삼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모 언론사 기자가 인사를 건내고 질문을 던지려 하자

그는 내용을 듣기도 전에 "대변인한테 다 들으세요. 지금은 아무 말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조만간 다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전하는 사퇴 당시 상황에 따르면, 그는 11일(금요일) 오후에 외부에 잠시 나갔다 온 뒤 인수위 직원들에게 갑자기 "내가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이유를 묻자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책임지기로 했어요"라며 "(이유는) 나중에 차차 알려지겠죠"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2일 최 전 위원은 국정원 업무보고에 참석, 국정원 보고내용에 대해 질책하는 모습을 보인 뒤 인수위 고위 관계자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한편,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들도 13일 그의 사퇴가 공식 발표되기까지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위원의 인수위원직 사의를 표명은 일부에서 보안누설 책임설과 관료 출신과의 갈등이 아닌가하는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교국방통일분과에서 논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 문제가 언론에 흘러나간 것이 문제가 됐는데, 최 전 위원이 발설자로 지목돼 질책을 받은 것이 사퇴의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내가 하진 않았지만 책임지고 나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최 전 위원의 주변에서는 "관료 출신 참모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다. 결국 이것이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 전 위원의 측근은 "학자 출신인 최 전 위원과 관료 출신 참모들 사이에 특히 대북 정책을 놓고 견해차가 컸다"며 "정면 충돌은 없었지만, 최 전 위원이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상당히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보수 인사들이 압력을 가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최 전 위원이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 위원을 잘 알고 있는 인수위원은 "최근 과중한 업무로 최 전 위원이 많이 피곤해 보이기는 했다"며 "최 전 위원의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부에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본인과는 무관하지만 뭔가 문제가 되는 것이 발견되자 명예를 위해 사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최 위원은 지난 12일 '일신 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이를 수락해 인수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임명장을 받은지 일주일 만이다.

한편 최 교수는 이날 오전까지도 휴대전화를 꺼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다.

인수위 활동이 겨우 열흘을 넘기고 있지만 벌써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인수위의 구성·운영 역시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대석 인수위원이 13일 돌연 사퇴하는 소동을 지켜보면서 만약 차기 정부 내각이 그런 꼴이 되지 않을까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소속이었던 최 위원의 사퇴는 그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최 전(前) 인수위원은 24명 위원 중 한 사람이다. 정부로 치면 ‘장관급’에 해당되는 위상의 중요한 공직(公職)이다. 그럼에도 미스터리 같은 사퇴를 놓고 설명조차 없다.

인수위 발표 내용은 “일신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박 당선인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사퇴 배경과 과정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인수위 측은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국가 기밀’ 다루듯 하고 있다.

최 전 위원은 7∼8년 전부터 박 당선인에 통일정책과 관련된 자문을 해 왔고 통일부장관 감으로도 거론되던 인물이다. 최 전 위원의 기용 때도 왜 적임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사퇴 때도 무엇 때문에 물러났는지 설명이 없다. 인수위원 임면권이 법률적으로 박 당선인에게 있지만 국민에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의무도 있다. 

인수위는 이미 대변인 인선 등 구성 단계부터 문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야당은 비판을 자제해 왔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며, 자발적으로 교정(矯正)할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밀월(蜜月)기간’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 전 위원 파문은 이런 기대에 회의를 갖게 하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인수위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보안(保安) 제일주의가 낳은 폐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으나 인수위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과 토론보다는 오로지 비밀주의만 횡행하고 있다.

일부 보도가 국민의 눈에 정책 혼선을 비춰 새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논쟁을 통한 정책 검증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疏通)을 증대시킨다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은 인수위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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