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도권 전세금 시가 총액이 4년 새 247조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15일 서울· 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시가총액이 작년 말 720조6352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8월(472조8530억원)보다 247조7822억원(52.4%)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조적으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 시가총액은 작년 말 1356조1838억원으로 2008년 8월보다 63조7782억원(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아파트(174㎡) 가격은 17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34% 내렸지만 전세금은 4억2500만원에서 6억6500만원으로 56% 올랐다.

전세금의 시가총액이 아파트 매매가 시가총액과 비교했을때 상승폭이 큰 이유는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머무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시각이 적어 돈이 있는 사람도 전세에 살다 보니 전세금이 급등한 것”이라며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전세금 올려주기가 부담이 없지만 서민들은 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값은 내리고 전세금은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인 ‘전세가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은 작년 말 5억780만원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작년 말 2억7043만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매매가율은 54.8%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집값은 내리고 전세금은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매매와 분양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내놓는 어떤 대책도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하우스푸어 문제를 비롯해 경기침체 등 정부가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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