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및 행정 전문가들은 15일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새 정부가 경제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둔 국정운영을 펴겠다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부총리직을 두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경제 관련 부처간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헌법적 근거가 없어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에는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통폐합을 `반면교사'로 삼은 합리적 개편이라고 칭찬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기능을 하려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애매한' 기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이번 개편안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반면교사'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했던 무리한 통폐합을 되돌린 것이다. 당시 과학기술자들이나 해양수산 관련 인사들이 뒤로 빠졌는데 이를 되살린 것이다. 전반적으로 합리적 개편이라고 본다.

경제부문 장관들 사이에서 경제부총리가 조정기능을 할 것으로 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청와대 위주였는데 청와대 기능이 축소되고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정책이 나올 것이다.

쓸데없는 장관급 위원회를 줄인 것도 긍정적이다. 일부 위원회는 이름만 위원회지 사실상 개국공신들 자리 나눠주는 역할이 컸다.

미래창조과학부 안팎에서 세력다툼이 있을 수 있어 잘 조율해야 한다. 지식경제부가 통상 분야를 가져가지만 IT분야는 최대한 안 빼앗기려고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정책, 감독기능을 갖고 있으려고 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쪽 부처 소관인지 애매한 주변 기능을 모두 가져와 시너지를 내야 한다.

외교와 통상의 분리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외교부는 국가안보 외교에 전념하고 통상은 통상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도 각 대사관 안에 외교라인과 통상라인이 나뉘어 융합이 안 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인재양성 기능, 기획재정부의 R&D 예산 조정권, 장기 미래전략 수립 기능까지 일부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슈퍼 부처'가 될 것이다.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의 권한 범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大)부처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화학적 융합이 이뤄지지 않고 물리적 결합으로만 끝났다는 것이다. 화학적 융합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부총리제는 헌법에 규정이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경제부총리의 권한을 아주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그가 관장하는 정책과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또 책임총리제를 하겠다면 경제부총리와 책임총리의 충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무역과 통상에서 나온다. 무역 기능과 통상 기능이 합쳐진 것은 긍정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 = 새 정부가 경제 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보고 경제부처간 조율을 하려면 반 발 앞선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부총리직을 신설한 것이다. 경제쪽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국정운영 방침을 밝혔다고 봐야 한다. 기재부 장관이 겸임하도록 해 예산문제 등에 있어서 기재부의 힘이 과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과학기술 분야는 이해관계자가 별로 없지만 정보통신 분야는 산업이 있고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순히 R&D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까지 포괄하는 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거 해체된 정보통신부 출신 인사들이 총리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흩어졌다. 이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모이면 문화적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잘 조정하고 원활하게 통합해야 한다.

통상 분야를 산업분야와 합친 것은 지금까지는 FTA와 관련해 협상 기능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산업 이해관계를 더 반영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부 신설을 기대했을 텐데 아쉽겠다. 부처로 승격됐다면 정책에 무게가 더 실렸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 =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면 예산 관리와 재정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다. 모든 경제 관련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위기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와 관련이 있어 경제부총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하다.

통상분야가 지식경제부로 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통상분야를 외교부에 붙이면 외교의 연장으로 통상이 이뤄진다. 산업분야에 붙이면 경제 효과에 집중해 통상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통상업무에는 국제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노하우 등이 함께 이전돼야 한다.

부처 조각은 그림을 바꾸는 것이지 그 자체로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운영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 = 이번에 금융은 건드리지 않고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시켰다. 현재 금융 관련 조직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경제부총리가 여러 이슈를 조정하고 정책ㆍ감독을 조절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시간을 두고 공청회 등을 거쳐 정책ㆍ감독기구 재편의 합의점,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것 같다. 이를 검토하기에는 인수위의 활동 기간이 너무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