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노인"들, 대화상대 없어 사기단에 표적.. 

무료 공연을 미끼로 연세많은 노인들을 초청해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식품을 각매하는 전국의 유령 공연단들의 주의보가 내려졌다.

나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사기·절도 등 각종 범죄의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인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일수록 범죄 피해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는 2007년 9만4126건에서 2011년 7만6624건으로 전체 건수는 다소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인 대상 강력범죄(829건→1110건)와 폭력범죄(1만7155건→2만1428건)는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 비율이 높은 시골에서는 사기 범죄가 많고 대도시 등에선 노인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농촌 지역에선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가 시도때도 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을 발전기금 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건낸뒤 주로 노인정이나 마을 회관을 빌려 무료공연이나 선물을 건네며 노인들의 환심을 산 뒤 가짜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사기 범죄 유형이다.

특별히 보이스피싱은 대표적인 노인 대상 범죄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지난해 4월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사는 김모(67) 할아버지는 낯선 전화를 받았다. 한 남자가 “서울청 금융범죄수사관 강XX 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더니 “할아버지 계좌의 명의가 도용돼 수사 중이니 우체국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놀란 마음에 즉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할아버지는 통장에 있던 412만원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범인은 현재까지 검거되지 않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 시골 지역에선 절도 사건 또한  빈번하다. 문을 열어둔 채 외출하는 일이 잦은 이들의 특성을 노린 범죄다.

지난해 2월엔 2010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충남 공주·예산·아산·청양 등 농촌 마을을 돌며 37차례에 걸쳐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안모(36)씨가 붙잡혔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노인들은 판단력과 인지력이 떨어져 사기범죄에 넘어갈 위험성이 높다”며 “특히 노년의 고독감을 악용해 환심을 산 뒤 가짜 물건을 고가에 강매하는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노인이 가해자가 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007년 5만2815명에서 2011년 6만8836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자신보다 약한 어린이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13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자신의 집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A양(12)을 4개월에 걸쳐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황모(83)씨를 구속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지웅 책임연구관은 “노인이 직접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며 “노후에 자신의 인생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분노와 무력감, 외로움 등이 범죄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가족 시대에서 오는 부작용이 이 사회의 커다란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부모를 찾는 횟수가 뜸하고 경제적인 지원마져 끊어져 버리면 노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게다가 대화상대가 없다는 작금의 현실이 자꾸 노인들을 사기범들에게 표적이 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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