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실내서 취침…소문 듣고 온 노숙인들로 북새통

▲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로 인해 영등포역의 노숙인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영등포역이 노숙인들의 최고의 선호지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역의 노숙자 강제 퇴거 조치로 인해 갈 곳이 없어진 노숙자들이 영등포역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노숙인 숫자는 여전히 서울역(249명)이 가장 많지만 최근 들어 영등포역의 노숙인 숫자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기윤(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역의 노숙인은 134명(2011년 기준)으로 1년 새 55%이상 증가했다.

그 이유로는 2011년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 퇴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역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난 노숙인이 영등포역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역 노숙인 노숙인 퇴거조치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로 해석된다.

왜 영등포역 선호하나?

노숙인들은 꼽은 영등포역의 최고 장점은 24시간 내내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영등포역은 새벽 1시 무렵 문을 닫지만 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이를 연결하는 2층 통로는 항상 열어둔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 1층 출입구만 야외로 연결돼 있고, 통로지만 수백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한 공간이다.

완전한 실내는 아니지만 실외보다는 추위가 훨씬 덜하기 때문에 추위를 피하는 노숙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영등포역의 아케이드는 열차길 건너편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도로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폐쇄할 수 없다.

철도 특별사법경찰대(특사경)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돈다는 점도 노숙인에게는 큰 장점이다.

노숙인 김 모 씨는 “종이박스와 덮고 잘 이불만 잘 챙기면 올겨울 강추위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숙인들은 영등포역이 “최고의 쉼터”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들, 불만의 소리 높아져

노숙자들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영등포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노숙자들의 천국’이라며 가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서울시는 연이은 한파에 동사 위험이 있는 노숙인들을 설득해 노숙인쉼터로 유도하고 있지만 술을 먹지 못하는 점, 지나치게 사생활에 간섭한다는 점을 핑계로 쉼터에 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집에 가기위해 어쩔 수 없이 영등포역을 이용하는 회사원 정현정(28)씨는 노숙인들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집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등포역을 이용하는데 노숙인들한테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지저분 하다”며 “노숙인이 다가와서 잠깐 인상을 찌푸린 적이 있는데 욕을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시민들의 편의를 생각해 역 내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등포역의 불만사항 접수센터에는 하루 수십 건의 노숙인 관련 민원이 쏟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노숙인 대책…해법은?

서울시는 올해 지난해보다 5억8000만원 증가한 435억 원을 쪽방촌 및 노숙인들을 위한 예산에 편성했다.

현재 시가 운영하고 있는 자활센터와 노숙인 쉼터는 53개로 민간단체나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까지 포함하면 20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시가 파악하고 있는 서울 곳곳의 노숙인은 550여명이다.

특히 요즘처럼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다리 밑 등 야외에 노출돼있는 노숙인들이 동사할 것으로 사료돼 관계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숙인들의 쉼터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쉼터 거주 노숙인은 2010년 4209명에서 2011년에는 4012명으로 줄었고, 올해엔 3768명으로 더 감소했다.

영등포역의 한 노숙인은 “쉼터에서 이래라저래라 귀찮게 간섭을 한다”며 “춥더라도 밖에서 자는게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싫다는 노숙인들을 억지로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들을 유인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며 “기록적인 한파에 동사 등의 위험 요소가 높아져 그에 대한 비상상황 대비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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