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주민 청구금액 1/5 수준으로 판결…민사 소송 가능성 커져

▲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주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액이 총 7341억 원으로 결정 났다.

하지만 태안 주민들은 당초 청구한 4조2271억여 원의 1/5을 밑도는 금액에 분통을 터뜨리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주민들이 국제 유류오렴배상기구(IOPC)에 사정을 청구하고도 배상을 받지 못했거나 배상액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사정작업에서 피해금액으로 산정된 1824억 여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국내 기름유출 피해금액 중 사상 최고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원이 결정한 피해금액은 국제기금의 별도 사정액을 훨씬 넘어서지만, 피해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청구한 4조2000억여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어서 국제기금과 피해주민들의 민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소송과정과 판결 내용 비교해보니…

피해주민들이 사고 이후 법원에 신청한 제한채권 규모는 12만7483건, 금액은 4조2271억4848만8408원이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지원장 김용철)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유류오염 손해배상 책임제한 절차 관련 제한채권 조사를 위한 사정재판을 마무리하고 이날부터 주민들에게 피해금액을 통보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이 피해주민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4138억 원은 주민들이 피해금액으로 신청한 채권신고금액 3조4952억여 원의 11.84%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제기금이 피해로 인정한 829억 여 원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주민피해인정 금액 중 수산분야는 3676억3195만7306원, 관광 등 비수산 분야는 461억6877만4053원이 책정됐다.

또 맨손어업 등 신고어업자들에 대해서도 법원은 2376억972만2869원을 손해로 인정했다.

서산지원은 제한채권자의 신고서, 증빙자료, 국제기금의 사정결과, 법원에 구성된 검증단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사정재판을 진행해 왔다.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채권은 지난 10일자 환율을 기준으로 1458억6400만원 범위에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면 국제조약에 따라 3298억4860만원의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번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손해액이 이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한도 초과분은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국제기금은 5년에 걸친 사정작업을 통해 피해 주민들이 청구한 12만8400건, 2조7752억8400만원 중 5만7014건, 1824억6400만원을 피해금액으로 인정한 상태다.

김용철 서산지원장은 “배상금액이 확정되면 국회의 예산편성 절차 등을 거쳐 주민들에게 금전적인 배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태안의 사고일지…향후 민사 소송 가능성도

사고는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원유 1만2547㎘가 유출되는 사상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바다는 순식간에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고, 바다 생물들은 자취를 감췄다. 태안은 사고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의 피해보상금은 미미했다.

피해자들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피해보상액 2조7000억 원을 신청했지만 실제 주민들이 보상받은 액수는 1800억 원에 불과했다.

또 사고 발생 5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주민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주민들은 “지난 5년간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서거나 또 다른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문승일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사무국장은 “일부 피해주민들의 입장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비수산분야 등 전체적으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판결 후 피해주민들은 법원 사정재판 결과에 불복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사정재판은 피해 주민들과 허베이스피리트사, 국제기금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이들 중 한쪽이 이의를 제기하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시작되게 된다.

이에 김 서산지원장은 “사정재판을 위한 감정서 등을 열람한 피해주민 중 수산분야는 대체로 감정내용을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관광 등 비수산 분야 피해주민들은 감정결과가 너무 적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제기금도 쟁점이 된 조업제한기간이나 어패류 폐사 등과 관련해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이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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