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구체적 설계도가 나왔다. ‘박근혜노믹스’의 핵심 부처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된 각 부처의 핵심 업무가 대폭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보화 기획을 총괄하고 네트워크와 플랫폼, 디바이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업무를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조직과 기능을 한 부처에 몰아줌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돼 옛 재정경제원 처럼 '공룡부처'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현실과 미래 가치 두마리 토끼 잡는다?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 기능을 보면 우선 과학기술 차관과 ICT 전담 차관을 두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부에 흩어진 연구개발 기능(R&D)과 예산 편성 기능을 총괄하는 전략 부처의 성격과 일자리 창출과 스마트 경제 활성화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ICT 진흥 부처로서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R&D 전략과 집행을 주도했던 과학기술부 기능에 정보통신부의 옛 진흥 기능을 합쳐 박 당선인의 성장, 일자리 정책과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총괄함으로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 전략 부처가 탄생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주자 시절 과학기술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과기부 부활은 5~10년 뒤 경제 성장을 창출할 창조경제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지원 예산에 비해 집권기간인 5년 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면서 스마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ICT를 또 다른 한 축에 넣었다는 게 새누리당 안팎의 분석이다.

정부 중앙 부처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 성과와 미래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과기부+정통부 단순 통합 아닌 초(超)거대 부처 탄생

새로 생긴 전담부처는 과기부와 정통부를 합친 수준의 단순한 특정 부처 신설에 그치지 않는다.

교과부의 산학 협력 기능과 24개에 이르는 정부출연연구소, 지식재산전략기획단 등 R&D와 산업 성장, ICT 진흥 기능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국내 과학기술 인재 배출의 요람인 카이스트(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까지 몰아줬고 논란이 됐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부 디지털 콘텐츠 진흥 기능까지 가져오게 됐다.

사실상 현실적인 성장 동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한 곳에 집중시킨 셈이다.

공무원 3만2000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각 부처가 눈독을 들였던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도 초창기 정보통신 산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점은 박 당선인이 얼마나 새 부처에 애정을 쏟고 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과학계 인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역사상 가장 많은 기능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진흥 기능을 떼고 규제 기능만 남는 사실상 추진 동력이 없는 위원회로 전락하게 됐다.

방통위와 ICT 업계는 인수위가 ICT 독립부처 설립하는 대신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담 차관제를 두겠다는 방안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스마트 생태계를 활성화 하려면 네트워크와 플랫폼, 디바이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부처나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인수위가 ICT전담 차관 산하에 지경부외에도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ICT기능을 가져오겠다고 발표한 것도 업계의 이같은 여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또 공룡부처 탄생, '재정경제원 실패' 전철 밟을라

과학기술,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 부문의 기초연구 개발과 산업 진흥의 전체를 한 부처에서 맡음으로 인해 '공룡부처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수위는 "부처 인원 수로 볼 때 미래창조과학부는 900명이 좀 넘을 듯하다"며 "국토부가 1200명, 기획재정부가 940명이어서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룡부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부처 인원 수 때문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기능을 한 부처에서 담당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들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룡부처 논란은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돼 만들어진 재정경제원을 연상시킨다.

당시 경제기획원은 예산과 경제계획 수립, 거시경제 기능 등을 담당했었고 재무부는 세제, 금융, 국고 등의 기능을 맡았었다.

두 부처가 통합될 때의 명분도 효율성과 강력한 정책추진력이었다.

그러나 예산 세제 금융 등 정부 경제정책의 수단을 모두 가지게 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다른 부처들에게는 독단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공룡부처 재정경제원'이 1997년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이 재정경제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R&D 예산 배분, 기초과학, 정보기술(IT) 산업 진흥, 지식생태계 구축  등 과학ㆍ기술ㆍ통신ㆍ방송의 전 분야에 걸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학기술 지원, 정보화 기획, 정보통신기술 진흥 등 기능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관할 범위가 넓은 데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청사진 없이 물리적 결합만 될 경우 비대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여러 기능을 한 군데 결합해 놓은 이유를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 문화 개선이나 특정 프로젝트 개발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현안 많은 ICT에 밀려 과학계 현안을 돌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새 부처 설립을 환영하지만 현안이 많은 ICT에 비해 과학기술 부문이 밀릴 가능성이 많다”며 “ICT 전담 부처를 독립해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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