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맞서 ‘비핵화 포기’위협 기술적 준비 완료…

김정은 명령만 내리면 버튼 누른다.

북한은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해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임을 선언했다. 또 물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이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를 끝낸 상태로 아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결정이 떨어지면 수일 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추가제재 압박에 대한 '벼랑 끝 전술'과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거리 미사일(로켓)발사를 성공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핵실험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 적대 시 정책으로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며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에도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한 뒤 같은 해 10월 1차 핵실험을, 2009년 4월 은하 2호 발사 뒤 5월에 2차 핵실험을 했다. 2차례나 핵실험을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7월 폭우로 인해 훼손된 진입로를 복구하고 기존 갱도 2개 외에 새로운 핵실험 갱도 굴착 공사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핵실험은 통상 굴착한 갱도 내에 핵실험용 장비 설치를 끝낸 뒤 흙이나 자갈 또는 콘크리트로 갱도를 되메우는 절차를 밟는다. 북한이 갱도 내에 핵실험 장비를 설치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갱도를 콘크리트로 메운 정황으로 미뤄볼 때 장비 설치를 마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계에서 대개 계측장비와 지상통제소를 연결하는 케이블도 설치된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지난 2009년 2차 핵실험을 진행한 갱도를 계속 유지·관리해 왔고 지난해 봄에는 새로운 갱도 굴착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끝마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차 핵실험을 한 지 3년8개월이 지난 데다 그동안 개발해 온 핵 제조 기술을 확인하는 한편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은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3차 핵실험을 시도할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 작업과 폭발력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핵물질을 일시에 압축해 핵폭발을 유도하는 내폭형 기폭(起爆) 장치 개발을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이상의 고폭 실험을 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핵무기 폭발력도 높였다. 북한은 1차 핵실험에서 0.8㏏(TNT 800t)의 폭발력을 보였고, 2차 핵실험에서는 수㏏으로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핵미사일 보유국 중 미국은 150㏏, 러시아는 200㏏의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핵미사일 보유국에 뒤늦게 합류한 인도는 탄두 중량이 500㎏에 폭발력은 12㏏인 것으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기술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군 당국은 탄두 소형화의 기준을 북한 스커드B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중량 1000㎏, 직경 90㎝ 이내로 파악하고 있다. 핵 개발 초기에는 탄두 중량이 1300∼2200㎏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던 플루토늄 방식보다는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플루토늄 핵실험은 이미 상당한 폭발력을 입증한 만큼 굳이 추가 확보가 쉽지 않은 플루토늄 보유량을 소진해가면서 핵실험에 나설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HEU를 이용한 핵무기는 플루토늄 방식보다 제조가 용이해 굳이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HEU를 이용해 핵실험을 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HUE 핵무기 제조시설은 은닉과 이동이 쉬워 HEU를 이용한 핵실험에 성공하면 북한으로서는 또 다른 핵카드를 손에 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만을 위해 핵실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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