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이름만 영업정지, 왜 하나?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SK텔레콤과 KT, LGU+ 등 이동통신 3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과잉 지급하면서 과열 경쟁을 벌인 일들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결국 이러한 경쟁으로 3사중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받은 LGU+는 31일부터 영업정지가 풀려 정상영업에 들어간 반면 SK텔레콤은 반대로 31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격쟁사의 영업정지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LGU+는 1월 7일부터 30일까지 24일간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자사의 14만여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했다고 한다.

SK텔레콤은 타 통신사에 비해 전체 가입자가 많다보니 이보다 더 많은 2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영업정지로 인한 가입자들이 타 통신사로 대거 이동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이동통신회사들에 대한 영업정지가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에 대한 영업정지는 결국 3사가 순차적으로 모두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만큼 실제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LGU+에서 가입자가 빠져나갔지만 SK텔레콤과 KT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오히려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U+는 지난 한 해 동안 53만 명의 LTE가입자를 유치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방통위가 중징계 하겠다며 빼든 '영업정지' 카드는 하나마나한 징계라며 방통위 내부에서도 영업정지는 별 효과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동통신회사들의 보조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유통시장과 이동통신회사들의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방송통신위원회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잘 알고는 있지만 방통위는 이를 시행하지 못한다. 유통시장과 통신 서비스를 분리 할 경우 대리점들은 단말기 제조회사와 이동통신 가입자를 유치해야하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업정지에 대한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점이다.

방통위의 영업정지 처분에 따라 LGU+가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24일간 영업정지를 끝냈고 31일부터는 SKT가 영업정지에 들어가 다음달 21일까지 신규가입자와 번호이동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한다. KT역시 2월 22일부터 20일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LGU+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가입자 14만여 명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것만 놓고 보면 분명 영업정지의 효과가 적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SKT는 22일간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2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KT도 17만에서 18만 명가량의 가입자가 빠져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외형적으로 뺏고 뺏기는 싸움만 벌어질 뿐 결과적으로는 가입자 변동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역시 "영업정지를 한 개 통신사에게만 적용한다면 징계효과가 크겠지만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징계는 실상 효과가 거의 없다"라며 징계의 의미를 크게두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영업정지 기간 동안 각 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도 있다.

이동통신회사들에 대한 영업정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보통신부 시절이던 지난 2002년엔 SK텔레콤 30일, KTF와 LG텔레콤에 각 2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있었고 2004년엔 SK텔레콤 40일, KTF와 LG텔레콤에 각 30일의 영업정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6월 영업정지 발표 이후 그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SK텔레콤이 32%, KTF가 52%, LG텔레콤이 278%의 상승폭을 보이면서 실적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더구나 이번의 영업정지 처분은 과거에 비해 짧은 영업정지 기간이고,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대비 106%로 포화상태인 점, 신규모집 금지에 따른 보조금 지급 감소 등을 감안하면 이통사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방통위가 하나마나한 영업정지 처분을 중징계라는 이름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방통위는 왜 하나마나한 영업정지 처분을 한 것일까?

방통위는 지난 2011년 9월 차별적 보조금 지급에 대해 이통 3사에 1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같은 위반행위가 다시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통위 정종기 이용자보호국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한 이유로 "동일사유로 세 차례 위반을 했고 2011년 9월에 다음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하겠다는 경고를 했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통위로서는 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 전쟁을 벌이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징계를 하긴 해야 하는데 막상 강력하게 하자니 통신사들의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적당하게 처벌하다 보니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사실 휴대전화 보조금 문제는 지금의 시장조사 방법이나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없애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통신사나 방통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방통위의 국장급 간부도 "보조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상대 통신사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가입자를 빼 가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점유율은 SKT 50%, KT 30%, LGU+ 20%인데 이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
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선은 27만원이다. 왜 27만원이냐하면 한 가입자가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을 한 뒤 평균 20개월은 가입을 유지하는데 그럴 경우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로부터 얻는 이익(비용 일체를 제외한)이 27만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익을 포기하고 비용만 받는다는 전제로 27만원까지 보조금을 주는 건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지침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이통사 대리점을 가보면 방통위의 기준을 비웃는 곳이 넘쳐난다. 심지어 갤럭시S3나 아이폰5를 거의 무료에 주겠다는 문자도 들어온다. 방통위의 기준은 있으나 마나 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보니 이동통신회사들이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방통위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언론에서 대리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조금 과다지급 문제를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언론사에서 보도되는 문제점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또 단속과 관련해 "판매대리점에 대한 조사는 어렵기때문에 본사 전산센터에 입력된 자료를 가지고 판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는 보조금 지급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다. 대리점들의 보조금 지급방식은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입력은 제대로 하고 대리점에서는 편법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면 이를 적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신용카드 가입을 통한 포인트로 단말기 납부를 대신하도록 하는 신종수법도 등장했다. 비싼 고가의 단말기를 신용카드 할부로 선결제하도록 한 뒤 높은 포인트를 줘서 이를 차감하는 방식인데 포인트를 주는 비율이 일반 포인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말기 값으로 50만원을 선결제하고 3년 약정을 하면 할부이자를 포함해 한 달에 15,000원 정도가 나오는데 이를 신용카드로 월 50만 원 정도만 사용하면 포인트로 대부분을 차감해주는 방식이다.

이통사는 단말기 값으로 5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고 나머지 단말기 가격은 요금할인을 통해 할인해 주는 방식이니까 실질적으로 100만원이 넘는 갤럭시 노트2의 단말기 가격이 20만원도 채 안 되는 셈이 된다.

방통위의 단속도 실제적인 단속을 벌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통위의 통신시장조사과 직원은 10명이 채 안되고 지방의 전파관리소 지원을 받아도 전국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직원은 30여명 안팎이다. 이 인원으로 전국적으로 4만여 개에 이르는 대리점 현장을 단속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이처럼 솜방망이 단속이 아닌 강력하게 처벌하면 보조금이 사라질 것 아니냐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처벌효과가 있도록 징계를 강력하게 한다면 보조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과징금을 이통사들이 쏟아 부은 보조금만큼 부과한다면 이통사들이 함부로 보조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영업정지를 통신3사에게 공동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먼저 보조금을 지원한 통신사에게만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징벌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해답을 알지만 문제는 방통위는 그렇게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통신사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사실 보조금을 없애려면 단말기 유통과 통신사의 통신서비스망을 분리하는 것이다. 단말기와 통신 가입을 분리하면 통신사들은 통신서비스의 품질과 요금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통신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말기 제조회사와 이동통신회사 그리고 4만여 개에 이르는 대리점들의 이해관계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보니 통신요금이 과도하게 많이 지출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를 바로잡는 길이 단말기 유통과 이동통신 가입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 '단말기 자급제'였다. 단말기 자급제는 "이동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이용자가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제조사,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단말기를 구입하여 희망하는 통신사를 선택하
여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계철 위원장은 "과거 처음 전화기가 도입될 당시 백색전화기 한 대의 가격이집 한 채 값보다 비쌌는데 이를 전화기 자급제를 통해 내리도록 했다"며 단말기 자급제 도입이 통신요금 인하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사실 유명무실해졌다. 초저가 폰들이 속속 등장해 편의점에서도 구입이 가능해졌지만 이렇게 저가 폰을 구입해 가입하는 이용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정착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자급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가 한계가 있어서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많이 줄수록 유리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는 통신사의 꼼수애 불과하다.

이동통신3사가 연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비용이 6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통신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할 때 통신회사들은 엄청난 부담인 것처럼 반발했다. 5천만 가입자에게 월 1천원의 기본료를 인하하면 500억 원 연간 6,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 돈의 10배에 이르는 6조원을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절반만 줄여도 통신요금을 월 4~5천원가량 줄일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가능하다.

사실 보조금은 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투입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가입자를 유치하기보다는 가입자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유지비용이 가입자 전체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 5,000만 가입자 가운데 10% 이내에만 적용되는 것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보조금은 통신회사나 단말기 제조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인데 결국은 가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비싼 단말기를 싸게 사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신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일이다 보니 '폰 테크'라는 신종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한 통신사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많은 통신요금을 내는 이른바 '충성고객'이다. 통신사들은 이들 고객에 대해 VIP고객이다 뭐다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가입자들이 내는 통신요금으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어느 정도로 왜곡돼 있느냐 하면 스마트폰을 경품이나 선물로 받았을 경우 이를 이동통신사에 가입을 하러 가면 번호이동을 하거나 신규 가입하는 것보다 요금에서 받는 혜택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을 해야 한다. 통신사들이 요금할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면 이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가입자들이 단말기 제조회사의 이익도 보장하는 것이고 통신회사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있으며, 4만여 대리점의 수익을 지원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봉'이라는 얘기다. 있으나마나한 통신사의 영업정지에 대한 방통위의 보다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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