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우리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일반 저축은행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의 이름을 걸고 영업하고 있어 높은 금리를 받기 힘들고 예금 유치와 대출에서 비(非)금융지주사 저축은행 보다 여건이 낫기 때문에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초 기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는 우리금융저축은행 연 8.12%, 하나저축은행 연 8.51%, KB저축은행 연 7.25% 등으로 스카이저축은행(연 10.55%) 푸른저축은행(연 10.0%)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연 9.0%) 등 서울 지역의 비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9곳의 평균 금리 연 8.72% 보다 최대 1.5%포인트 낮았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우리금융 연 7.31%, 하나 연 5.70%였던 반면 푸른(연 10.6%) 현대스위스(연 8.9%) 등 비금융지주 계열 5곳의 평균은 연 9.48%였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저축은행 신규 취급 대출의 가중평균금리가 평균 13.73%로 11월(15.1%)보다 1.37%포인트 떨어졌다고 발표하면서 금융지주사계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금융지주사 평판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주사의 이름을 걸고 높은 대출 금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대 금융회사가 서민들에게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지주 계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에 치우친 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민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KB저축은행은 서민대출상품인 ‘햇살론’ 금리를 연 7%대까지 떨어뜨렸다. 보통 연 10%대인 다른 저축은행보다 크게 낮다. 하나저축은행은 직장인 대상 연 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수익성을 먼저 생각하는 다른 저축은행이라면 저신용자가 대부분인 고객층을 생각할 때 제시하기 힘든 금리 수준이다.

비금융지주 저축은행 보다 예금금리가 낮아 대출금리가 따라 낮아지는 측면도 있다. 우리금융·하나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출보다 훨씬 많은 예금을 줄이기 위해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연 3%대 초반으로 크게 낮췄다. 신한저축은행도 최근 예한별저축은행(옛 진흥저축은행 가교은행)을 인수하면서 연 2.9%까지 내렸다. 하지만 고객 이탈은 예상보다 심하지 않아 대출 금리도 따라 낮출 여력이 생긴 것이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소속이어서 신뢰가 높아 금리를 낮춰도 고객이 믿고 맡기는 부분이 있다”며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저금리 자금을 확보하는데 유리해 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도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에 자금이 넘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계열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다른 곳보다 상황이 조금 낫겠지만 은행권이나 상호금융기관과 경쟁하기 힘들다”면서 “대출 자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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