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4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1년 사이 80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매출액(14조1360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고생만 하고 과실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영업적자는 간신히 모면했지만,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은 피할 수 없었다.

계열사가 기록한 적자가 순이익 집계에 반영되면서, 35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조선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이 '어닝 쇼크'를 넘어 '어닝 절벽' 수준의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3분기까지는 적자 전환 기업이 거의 없었지만, 4분기 실적을 열어보니, 적자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올 들어 엔저(低) 현상 심화로 당분간 수익성 악화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수출 기업 수익성 악화 두드러져

기업의 실적 악화 현상은 업종을 불문한다.

삼성전자·LG전자가 속한 전자업종은 그나마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수출 제조기업의 수익성 악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분기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대기업 가운데 이익이 50% 이상 줄었거나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42개 가운데 19개였다.

태양광 업체인 OCI는 지난해 4분기에 6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분기 매출액(7036억원)의 10%에 육박한다.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태양광 사업이 공급 과잉 현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 침체의 여파로 영업 손실이 253억원에 달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GS건설 등도 4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8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100곳 가운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5% 이상 밑도는 기업이 68곳에 달했다. 절반 정도는 이익이 1년 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 당분간 지속할 듯"

문제는 올해 수익성 악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출이 늘더라도 원화 강세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했지만 이익 측면에선 실속이 없었다.
4분기에 국제 유가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원유 재고의 평가 손실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도 수익성 개선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본 전자·자동차 기업이 엔저를 바탕으로 하는 원가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 기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는 4분기 이익이 12% 줄었고, 기아차도 50% 이상 급감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전무는 "전자·자동차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직접 경쟁을 벌이는 분야"라면서 "두 업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올해 내수·수출 모두 동반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원화절상)이 전자·자동차 업종의 발목을 잡을 것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 호전으로 이르면 올 2분기부터 철강·화학·조선·기계 업종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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