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의 전관예우 인사영입에 이어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돼 또다시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3월15일 주주총회에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 전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현대제철의 정 전 위원장 영입은 공정위의 대기업 불공정행위 조사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정위는 작년 말 강판 가격을 밀약한 혐의로 7개 철강업체에 총 29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현대차 등과 내부 거래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선언한 공정위의 공세를 미리부터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도 최근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2009년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한 그는 현재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있다.

현재 신세계는 공정위 직원 접대 의혹, 정용진 부회장 검찰 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 전 부위원장을 영입함으로써 내부 제도 개선 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미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비스, 현대증권, SKC&C, KT&G , 삼천리 등도 지난해 주총에서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임명하며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에 대비해 내부 기틀을 다지는 차원의 인사영입을 벌였다.

공정위 고위관료가 줄줄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옮기는 현실을 바라보는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랜 경험과 식견을 토대로 대기업의 시스템 개선 등을 돕는 것은 좋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각종 짬짜미에 연루된 기업들이 ‘전관예우’를 기대해 공정위 관료 출신들을 방패막이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반대 시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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