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수익 동시 보장…몸 값 올리며 ‘넘치는 돈’ 몰려


작년 ‘웅진 사태’ 이후 외면받던 신용등급 A급 회사채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웬만한 A급 회사채의 수요예측에 발행 예정금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이 모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대상을 찾아나선 기관투자가가 A급 회사채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수요예측 줄줄이 흥행 성공

27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A급 기업에 몰린 기관투자가 자금은 총 1조8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나치게 낮은 공모 희망 금리를 제시한 롯데건설과 효성, 태양광 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케미칼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요예측 경쟁률이 2 대 1을 웃돌았다.

현대비앤지스틸이 지난 26일 3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11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기관투자가 모두 현대비앤지스틸이 제시한 공모 희망 금리 안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경쟁률만 3.67 대 1이었다. 현대비앤지스틸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A급의 가장 하단에 속한다.

A+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회사채 수요예측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2일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3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뿐만 아니다. SKC(A) CJ올리브영(A-) 대성홀딩스(A+) 등의 수요예측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모집됐다. SKC는 2.9 대 1, CJ올리브영과 대성홀딩스는 각각 2.6 대 1과 2 대 1의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사상 최저금리로 수요 살아나

최근 A급 회사채를 바라보는 기관투자가의 시각은 작년 말과 확연히 달라졌다. 작년 9월 A-를 갖고 있던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기관투자가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극에 달했다. 작년 12월 자금조달에 나선 A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총 8600억원이었다. 이 중 모집한 자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90억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나은 수익을 내기 위해 A급 기업 회사채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이어 또 사상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2.63%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AA급 회사채의 발행금리(3년 만기 기준)는 연 2%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다음달 4일 발행 예정인 3년 만기 롯데하이마트의 회사채(AA-) 금리는 연 2.96% 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 25일 발행된 3년 만기 포스코특수강의 회사채(AA-) 금리는 연 2.9%였다. 이에 비해 A급 회사채의 발행 금리는 연 3%대 초·중반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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