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인사까지 하려면 5월 돼야 국정 정상화할 수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부터 중단될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국정 운영에 어떠한 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 이어 바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무회의 또 중단

박근혜 정부 출범 9일째인 5일에는 원래 매주 화요일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가 개최돼야 하지만 열리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례 국무회의는 각종 법령 개정안과 정부 대책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그러나 정부 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새 정부의 국정 공백이 2주째 계속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 이어 바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조직 개편안과 국무위원의 인사청문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5일에도 국무회의는 열리기 어렵게 됐다"며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어 정부 조직 개편안부터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각 부처에서 올리는 국무회의 안건도 전무(全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 올라온 국무회의 안건은 한 건도 없다"며 "각 정부 부처도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국무회의가 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부처를 이끌고 갈 새 장관이 한 명도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처도 사실상 일손을 놓은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 이어 바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해빙기 대책 등 올스톱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3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해빙기에 접어들었고 또 학교도 새 학기를 맞게 된다"면서 "새 학기를 맞아서 학생들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겨울철 동안 얼어 있던 지반이 녹으면서 도로변 절개지나 건설 현장 축대나 옹벽 등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 부처별로 위험할 수 있는 요인들을 체크해서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 이어 바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는 이런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산불 등 해빙기 안전 대책과 불산 가스 등 산업용 화학물질 점검 등의 문제도 국무회의에서 신속히 논의·결정해야 할 사항인데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 중앙 부처 관계자는 "이미 그만두고 자리를 떠났어야 할 현 장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 장관들이 아무리 업무를 독려해도 실무자들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회의에서 또 "각 부처는 장관이 취임하는 즉시 금년 대통령 첫 업무 보고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나 부처 실무자들은 "장관이 새로 부임하면 차관부터 시작해서 중요 보직이 모두 바뀔 텐데 지난 정부에서 보직을 받았던 고위 관계자들이 제대로 준비를 하겠느냐"면서 "새 정부가 인수위에서 정한 국정 과제에 따라 체계적으로 업무 준비를 하려면 적어도 5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김종훈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힌 미래창조과학부 관할 업무는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침체된 경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래부조차 출범 못 하고 있어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 업계 특성상 조각이 빨리 돼야 민간 부문도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미래부와 관련된 업무 조정이 되지 않으면서 매년 1월에 열리던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설명회는 아직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 이어 바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朴대통령 국민 담화 주요 내용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대통령 또한 그 책임과 의무가 국민의 안위를 위하는 것인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ICT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의 면담 요청에 응해주시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