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불황은 취업시장 위축과 구조조정 가속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년실업난과 직장인들의 고용불안 세태를 반영한 각종 신조어들이 유행했다.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는 4일 2008년 취업시장에 새로 등장했거나 유행한 신조어를 발표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최근 등장한 취업신조어들을 살펴보면 급속하게 냉각된 취업시장으로 인해 다른 해보다 취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신조어가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을 반영한 신조어

올해는 채용규모가 전년대비 최소 15% 이상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아예 ‘실업예정자’ 혹은 ‘졸업 백수’로 부르고 있다. 이에 숙명여대가 졸업을 한 뒤에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학사 후 과정’을 도입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학사 후 과정’은 졸업생들에게 취업용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크게 늘면서 ‘100만 백수가장’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30~40대 실직자들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처럼 신규취업이 크게 줄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심화된 고용 부진은 ‘고용 한파’를 넘어 이제는 청년 실업 100만 명의 ‘고용 빙하기’시대로 불리고 있다.

‘고용 빙하기’ 시대 속에 청년구직자들은 ‘88만원 세대’에서 ‘인턴세대’로 갈 곳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턴십은 직장체험을 미리 해보고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배운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인턴세대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한시적 공공근로자’나 ‘단기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턴세대’로 합류하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고시로 눈을 돌려 ‘방살이(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기화된 취업난 속에 대학가의 핫 키워드는 ‘스펙(학력·외국어 점수·학점 등 취업 조건)’이었다. 취업스펙을 높이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족’과 전공과목 외에 토익이나 취업강좌 등의 강의를 찾아다니는 ‘강의노마드족’은 대학가에서 보편화 된지 오래다.

스펙이 지나치게 중시되면서 스펙만 좋으면 반드시 취업에 성공한다는 강박관념과 스펙이 부족해 취업에 줄곧 실패한다고 자책하며, 다른 구직자들보다 더 좋은 스펙을 얻기 위해 몰두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스펙증후군’이나 ‘스펙강박증’도 새롭게 생겨났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과 달리, 이십대에 스스로 퇴직을 선택한 ‘이퇴백’도 등장했다.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 및 공기업 등에서 ‘이퇴백’을 택한 뒤 자신만의 진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급한 마음에 취업부터 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 다니면 도둑놈)’에서 ‘사오정(45세쯤 되면 정년퇴직)’으로, 다시 ‘삼팔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을 찍은 퇴직관련 신조어는 이제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으로 그 연령대가 점차 낮아져 직장인들의 고용불안 실태를 여실히 반영했다.

직장풍토 반영한 신조어

메신저가 직장 내에서 업무용으로 폭넓게 활용되면서 ‘오피스 메신저족(Office Messenger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직장생활에서 메신저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메신저 에티켓’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메신저 사용으로 ‘챗화(chat+禍)’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 사무실에서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나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를 두는 직장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는 직장 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로 2030 직장인들에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회식자리에서 범상치 않은 춤과 노래로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직장인들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높아지면서 ‘오피스 아이돌(사무실을 뜻하는 Office와 우상을 뜻하는 Idol을 합친 신조어)’로 불리고 있다. 회사에서도 즐거운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근 ‘오피스 아이돌’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완벽한 비교대상이 되는 아이를 가리켜 일컫는 ‘엄친아’, ‘엄친딸’의 다음레벨 격으로 불려지는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은 연봉이 높고, 아내에게 자상하며, 얼굴도 잘 생긴 다재다능한 남자를 의미한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실직하는 가장이 늘면서 은퇴한 남편 때문에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생기는 것을 일컫는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도 등장했다.

요즘 같은 구조조정기에는 감원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자기 주요 업무 외에 또 다른 특기 또는 업무 능력인 ‘세컨드 옵션’을 갖추려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한 ‘BMW족’(자가용을 포기하고 버스(Bus)나 자전거(Bicycle),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과 ‘웰빈족’(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해도 폼나게 빌붙는 부류)도 확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