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너무 비싼 학원에 조정명령 적극 발동"

속칭 '영어유치원'으로 알려진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수업료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원비가 급등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고액 수강료를 받는 학원을 대상으로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달 학원·보습교육비 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5.3% 올라 5년여 만에 가장 높이 오른 가운데 정부는 8일 열린 물가관계부처회의에서 사교육비 안정을 위해 학원비 조정명령을 적극적으로 발동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8일 본청과 각 지역교육청의 학원관리담당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고액 학원비를 낮추기 위한 지도·감독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시교육청은 특히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원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민원 제기에 따라 이들 학원의 교습비 인하 대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원어민 강사 등이 영어 수업을 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교습료가 적게는 월 80만원에서 많게는 월 200만원까지 나가기도 한다.

강남 일대의 일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수업료와 교재비, 학원버스비 등을 합쳐 월 200만원이 넘는 수업료를 내기도 해 '귀족유치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신고한 내용보다 더 많은 원비를 요구하는 학원을 단속하는 한편 수업료가 교습료 조정기준(교습비 조정을 위한 판단 기준)보다 지나치게 비싼 학원은 학원비 조정명령을 적극적으로 내릴 방침이다.

또 교습료 조정기준의 적정성 여부를 다시 판단해 기준 자체를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부분 온종일 운영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단과별로 운영하는 성인 대상 어학학원과 똑같은 교습료 조정기준을 적용받고 있어 전체 수업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강남 지역의 교습비 조정기준액을 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포함한 어학학원의 분당 교습비 단가는 262원으로 입시 종합반(110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교육감이 지역교육청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습비 조정을 명령하거나 조정기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정위원회는 지역교육청 공무원과 학부모, 학원 관계자 등이 참여해 교습비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한편 이같은 조치에도 가파르게 치솟는 학원비 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교육청별로 학원 단속 담당자가 2∼3명에 불과해 수많은 학원을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고액 학원이나 과외교습이 주로 비공개로 팀을 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의 신고 없이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동네 보습학원은 여건이 어려운데 일부 학원은 지나치게 높은 학원비를 받고 있다"며 "고액 학원들을 중심으로 지도·감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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