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새 정부 출범 초기 해이해진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으면서 각 부처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인선과 관련,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임명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는 당선인 시절 전(前) 정권의 막바지 '낙하산 인사'에 제동을 건데 이은 것으로, 특히 청와대가 공직기강의 대대적 점검에 착수한 것에 맞춰 나온 언급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장 등 새 정부 국정철학 공유 인사로 임명" =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가 이런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놓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와 과제를 이행하기 적합한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나 당선인 시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의 수는 140곳 정도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17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준정부기관 29개까지 총 46개 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80여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서울대병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동북아역사재단 등 18개 기타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위원 30여명과 한국은행 총재 등 기타 법률에 의해 임명할 수 있는 인원 20여명까지 합하면 공공기관 전체에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인원은 140여명이 이른다.

◇靑 "직무수행 철저 점검"…공직사회에 '경고음' =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대대적 물갈이 예고와 함께 청와대는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도 시동을 걸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청와대는 정부 이양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공직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각별히 주목하고 있으며 공직자들의 직무수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권 초기 발생할 수 있는 공직사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아 조기에 공무원들의 '일하는 분위기'를 형성, 국정을 신속히 안정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면서 여느 정권 초기에 비해 공직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으로 판단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공무원 사회에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다른 부처로 이관되는 부서의 공무원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는 등 공무원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점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도 청와대가 직접 공직기강 점검을 언급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서울 노원구의 군(軍) 전용 골프장에 고위직 현역 군인들이 몰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상조사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윤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은 군 골프 관련 보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계부처와 진상 파악에 즉각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도 이날 복무기강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공직감찰본부 소속 정예 감찰인력 85명을 동원, '비상시기 복무기강 특별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전환기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공직기강 특별점검 등을 실시해왔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조직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아 행정 공백 발생이 우려되고,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 등이 고조돼 더욱 철저한 공직 복무기강 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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