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1년…성과와 향후 과제

15일로 한·미 FTA 가 발효된 지 1년이 됐다. FTA가 발효된 작년 3월 15일부터 올 2월 28일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은 57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유럽 재정위기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도 전년보다 39.1%증가한 172억 달러로 나타났다.

미국과 교역량 늘어…대미 무역수지도 증가

2012년 대미 수출 품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산업이다.

한·미 FTA 로 인한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새로 장착하면서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연합(EU) 시장 침체, 중남미 시장 성장세 둔화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2012년 대미 완성차 수출량은 10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9%의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자동차 부품 역시 55억9000만 달러로 10.9% 성장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중국 긴축 기조 강화로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대중국 및 대유럽 수출이 부진했던 일반기계는 대미 수출이 호조를 띄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한·미 FTA 를 통해 즉각 관세 철폐라는 날개를 단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기계는 단가가 높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를 더 크게 받기도 한다.

한·미 FTA 효과는 비단 자동차, 자동차 부품과 일반기계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꼽혔던 섬유산업은 한·미 FTA 를 계기로 수출이 늘어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섬유류 대미 수출은 14억866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의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섬유류 수출은 대중 수출의 급감으로 2.1% 감소한 155억 9523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바이어에게 국산 LED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중소기업 임직원들(사진=FTA 국내대책본부)
미국 바이어에게 국산 LED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중소기업 임직원들. (사진=FTA 국내대책본부)

동아시아와 미국의 FTA 경쟁에 불 붙여

한·미 FTA 활용률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2012년 한·미 FTA 의 수출 활용률은 69.6%로 한·인도 CEPA(17.7%), 한·아세안 FTA (3.5%)의 발효 1년차 활용률보다 높다.

특히 수출을 선도한 자동차부품, 섬유, 기계류 등의 활용률이 특히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소·중견 기업이 많이 분포한 이들 업종의 FTA활용률이 높다는 것은 한·미 FTA 가 국내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 FTA 는 직접적인 교역 증가와 무역수지 증가 외에도, 한국이 한·미 FTA 를 추진하면서 겪은 경험은 한·EU FTA 를 체결하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과 FTA 를 맺지 못한 중국, 일본을 FTA협상에 나서게 해 현재 한·중 FTA 와 한·중·일 FTA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 또한 한국과의 FTA 발효를 계기로 FTA 효과를 경험한 뒤 현재 TPP와 미·EU FTA 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미 FTA 는 이런 전 세계적 FTA 경쟁에 불을 당기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한·미 FTA 활용에 자신감을 가진 만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선진국 환율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일본 엔화 가치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로 자동차와 철강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1998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환율변화와 수출입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엔·달러 환율 1% 상승(엔화 가치 하락) 시 우리나라 수출은 0.73% 감소했고 수입도 1.17%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환율 갈등으로 인해 당분간 수출입규모와 무역수지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몇몇 품목 수출에 의존하는 수출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및 업종별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환변동 보험 지원확대, 지역별 설명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환율변화 대응력을 높일 방침이다.

또 FTA 수입 물품의 왜곡된 유통구조도 시정해야 한다.

FTA 체결로 수입 물품 가격이 대부분 낮아졌지만 일반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FTA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FTA 의 과실을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품목에 대해 병행수입 활성화(유모차·소형가전), 공동구매 확산(과일·가공식품), 실시간 가격 정보 제공 및 소매판매 활성화(와인·맥주)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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