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훼손, 누가 보상하나”…불만 고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이 주주들을 상대로 이사선임 안건을 통과시켜 달라고 설득에 나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내부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KB금융 직원들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둘러싼 양측 간 신경전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사외이사들의 자리 보전을 위한 갈등으로 확산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한 직원은 “최근 재형저축 가입자 발굴, 중소기업 대출자산 확대 등 영업점에 떨어진 목표를 채우는 것만 해도 숨이 찰 지경인데 (KB지주 경영진과 이사회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직원들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경영진과 사외이사 모두 임기가 끝나면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지만 싸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은 직원들”이라며 “이번 갈등으로 훼손된 기업가치는 누가 보상해주냐”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어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점마다 반복되는 각종 사태도 KB지주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수시로 검사권을 동원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데다 사외이사들의 권한이 과도해 오히려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당시만 해도 확고한 1위 은행이라고 자부했지만 최근 신한은행이 쫓아오는 것을 보면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며 “주기적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다 보면 일관된 경영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항의 또한 거세다. 22일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 갈등으로 주가가 떨어진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소액투자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ING생명 인수 기대로 작년 9월 4만200원까지 올랐던 KB지주의 주가는 인수 지연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안이 부결된 12월18일 주가는 3만8200원. 이후에도 주가는 약세를 보여 20일 종가 기준으로 3만6550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2012년 12월18일~2013년 3월20일) 3만7850원에서 3만8350원으로 오름세를 지속했다.

한편 이날 열린 KB지주 이사회는 경영진으로부터 외국인 주주 설득작업 현황을 들었으며, KB지주 관계자는 “경영진이 설득에 나선 덕분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상당수 외국인 주주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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