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금융사 전산시스템 장애…2시간 동안 금융 업무마비

▲   지난 20일 신한·농협·제주은행 등 3개 은행과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 등 2개 보험사 전산망에서 동시다발로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금융권에서 사이버테러로 추정되는 전산장애가 발생, 일부 은행 업무가 중단되면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신한·농협·제주은행 등 3개 은행과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 등 2개 보험사 전산망에서 동시다발로 장애가 발생했으며,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약 2시간 동안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스마트뱅킹, 자동입출금기(CD·ATM) 업무 등이 전면 마비됐다.

이 때문에 전산장애 소식을 듣지 못하고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은 출입문에 붙은 ‘전산장애 공지문’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농협은행과 제주은행도 이날 오후 2시30분쯤부터 일부 영업점에서 단말기가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농협금융 계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도 일부 직원 컴퓨터에서 파일이 삭제되는 현상이 나타나 2시40분쯤 모든 컴퓨터의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우리은행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로 추정되는 공격이 있었지만 내부시스템을 작동해 방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전산망 마비로 인한 피해를 감안해 영업시간을 6시까지 연장했다.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IT(정보기술) 관련 부서별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은행 내부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외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금융권의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한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등으로 위기상황대응반을 꾸렸다.

금감원은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신한·농협은행에 검사역 10명을 보내 사고 원인과 복구 조치를 점검했다. 또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 측이 전부 보상하도록 지도했다.

재발 없다더니…또 뚫린 전산망

금융사 전산망이 외부 공격을 받아 마비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을 받아 전면 마비됐다.

당시 사흘 이상 창구와 ATM 거래, 인터넷뱅킹 등이 마비돼 고객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농협은 이후 대대적인 전산투자와 해킹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이번 일로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날 오후 2시15분 농협은행·농협생보·농협손보 등 3개 금융계열사 전산 시스템이 일제히 장애를 일으켰다. 직원들이 쓰던 PC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고 재부팅도 되지 않았다.

서버까지 피해를 볼 것을 염려한 회사 측은 본점 내 모든 PC의 랜선을 뽑아 피해 확산을 막았다. 그러나 일부 영업점 단말기에서도 같은 증상이 잇따라 나타나자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15분 영업점 PC의 전산 연결을 모두 끊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창구·ATM이 대부분 마비되고 인터넷·모바일뱅킹만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농협 측은 오후 3시45분 일부 단말기를 다시 켜기 시작해 오후 4시20분 모든 거래를 정상화했다.

다행히 금융사 간 거래와 결제가 이뤄지는 금융 기간 전산망에는 피해가 없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망과 증권·외환전산망은 정상 가동됐다.

농협은행 지점(1181개) 가운데 410여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오후 3시 10분 전산망 마비 등의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창구 직원의 PC·ATM 등을 랜선과 분리하도록 지시, 인터넷 뱅킹은 정상 운영됐지만 지점 영업은 중단됐다.

이날 농협 지점을 찾았던 한 고객은 “재작년에도 전산망이 마비되더니 농협이 또 이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신한은행과 농협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카드 결제나 자동이체 등 마감 뒤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도 이상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들은 농협중앙회의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산망의 메인 서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예방 차원에서 지점들과 서버의 연결을 끊도록 하고 영업을 중단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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