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한미약품 상대 디자인소송 패소

미국계 대형 제약회사 화이자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알약의 디자인을 부당하게 모방했다며 국내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화이자 측은 일반 대중이 '푸른색 마름모꼴 알약'을 곧 비아그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는 '복제약 팔팔정이 비아그라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주식회사 한국화이자제약 등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비아그라와 비슷한 모양으로 복제약을 만든 것은 그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편승할 의도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화이자 측의 디자인과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아그라 디자인은 출원 당시인 1998년 전부터 외국에서 배포된 간행물을 통해 같거나 비슷한 디자인이 소개됐다"며 "애당초 신규성이 없어 팔팔정과 유사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약품이 비아그라 형상을 모방할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디자인 자체를 상표로 사용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아그라 디자인이 특정 출처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일반 대중에 현저히 알려진 것은 아니다"며 "두 제품의 포장도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서 화이자는 한미약품이 비아그라를 본 떠 만든 복제약 팔팔정의 판매를 금지하고 제품 일체를 폐기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비아그라 디자인에 대한 무효심결이 진행 중인 와중에 먼저 판결을 내렸다"며 "무효심결을 신청한 한미약품이 선고를 원했고, 화이자도 별다른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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