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지분 매각 파문이 갈수록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시간이 갈수록 회사의 재정상황에 대한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서 회장은 18일 한 라디오 매체 인터뷰에서 '지분 전량 매각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조직적인 공매도와 악성루머에 참다 못해 초강수로 외국계 제약사에 대주주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그러나 그는 "다만 내 이익을 위해서는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와 국민과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몇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서 회장은 논란이 됐던 분식회계 문제에 관해선 "회계법인이 우리 회사처럼 분식회계로 주목받는 회사의 잘못을 눈감을 리 없다"며 "이중 삼중으로 감리를 더욱 철저하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여전히 서 회장이 공매도 때문에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는 데 대해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으니 떳떳하게 조사받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셀트리온 사태'는 갈수록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셀트리온 주가도 이날 오름세로 출발했다가 장 막판에 14.60%(6300원) 급락했다. 이틀째 주가가 28% 정도 하락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셀트리온 측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소액주주 측으로부터 돈을 빌려다 쓴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거론하면서까지 주가에 신경을 쓴 것도,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GSC(서 회장 지분 68%)는 금융기관이 아닌 2개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네 차례 걸쳐 557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GSC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 981만주 중 218만주가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다.
셀트리온GSC가 비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지급하기로 한 이자는 연 7% 수준이다. 셀트리온 측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받았던 주식담보대출 조건 중에서 연이율이10%가 넘는 것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문제는 비금융회사가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회사라는 점이다.
셀트리온GSC는 서정진 회장(68.42%)과 특수관계인(16.88%)이 총 85.30%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셀트리온GSC에게 돈을 꿔 준 두 곳은 모두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로,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동호회 회장인 이모씨다. 소액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현금을 융통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셀트리온 쪽에서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 준 것"이라며 "셀트리온의 향후 전망을 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지원 차원에서 대출해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유가 어찌 됐든 주주 돈을 가져다 사용한 만큼 주주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주가가 올라야 차익실현이 가능한 주주를 채권자로 두고 있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셀트리온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고육책 아니었겠나 싶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GSC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154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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