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발생 이후 신속한 대응으로 성가를 올리는가 싶더니 이내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도주 과정에서 숨진 테러 용의자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에 대해 FBI 보스턴 지부가 2년 전 '테러 혐의'로 조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FBI가 좀 더 철저하게 심문했다면 타메를란을 효율적으로 관리했을 터이고, 결국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다.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테러방지ㆍ정보 소위원장인 피터 킹(공화ㆍ뉴욕) 의원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FBI가 뭔가 사전에 감을 잡고도 이를 예방하지 못했다"면서 "벌써 이런 일이 최소한 다섯번이나 벌어졌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번 일을 지난 2009년 텍사스주 포드후드 미군기지 총기 난사 사건 등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돼온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 (AQAP)의 지도자인 안와르 알 알라키에 대해 FBI 등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당시 포트 후드 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한 니달 말릭 하산 소령도 사전에 FBI의 심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FBI가 혐의점을 밝히지 못했고, 결국 테러를 막지 못했다.

게다가 FBI의 2년 전 조사가 러시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린 FBI의 조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타메를란에 대해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 가능성과 테러단체와의 연계 등에 대한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FBI는 2년 전 조사를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장기 체류하는 민간인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해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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