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데 노력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노대래 위원장 및 부처 직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광고 산업에 대해

광고 산업이야말로 창조적인 중소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혁신적인 광고업체들이 사장된다면 시장 전체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입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광고 분야 매출액 상위 10대 회사에 독립기업이 여럿 포함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경영, 영세상인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광고‧물류‧시스템통합 등 해외진출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분야의 경쟁을 제한해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스스로 막아버리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창의성과 혁신역량이 무기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이번에 꼭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만 창조경제의 꽃도 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기업 스스로 동반성장과 상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과 중소기업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현대차 그룹이 광고‧물류 등에서 경쟁 입찰을 통해 중소기업에 많은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대기업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공정위도 이런 여건조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랍니다.

또 현행법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다만 정상적인 기업경영활동까지 어렵게 하거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가지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그동안 제가 많은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는데 일한 만큼 제값 받는 관행만 정착되어도 좋겠다는 하소연을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토론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지만 기술 탈취 같은 이런 불공정 관행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호소입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일자리 대부분을 창출하는 경제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른바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 관행이 계속된다면 중소기업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또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런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대책을 세워주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서, 그동안 공정위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은 없는지,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위법행위가 있어도 거래중단을 우려한 납품업체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렵다는 한계, 이런 게 있지 않겠습니까.

또 기술탈취행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실제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소리를 충분하게 듣고 소송요건이라든가 절차 등 운영상의 문제는 없는지 철저하게 파악해 개선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공공부문 차원에서 솔선수범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조달이나 건설‧소프트웨어 입찰제도 등에서 단가후려치기 같은 불공정거래를 조장하는 요인들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기 바라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다음은 대통령 마무리 말씀입니다.

오늘 보고한 국정과제 실천계획은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전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빠짐없이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특히 공정위의 국정 과제는 입법사항이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국회에 입법의 당위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국회의 의견도 충분하게 받아들여 필요한 입법들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특히 하도급 거래나 납품업체, 대형유통업체 간의 거래, 또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거래처럼 구조적으로 불공정 관행이 나타나기 쉬운 분야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전속고발제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이 같은 잘못된 관행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기업의 규제를 위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 공동 발전하도록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창조경제와 선순환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M&A 촉진 등 다양한 대책들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장상황을 보면 여러 가지 규제의 장벽들이 있습니다.

대기업 집단이 연구개발 강화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공시제도 등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계열사가 늘어나는 데 대한 부담도 발생해 M&A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관련 경제부처들과 지혜를 모아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소비자를 시장 변화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소비자 결집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이 바로 선 시장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소비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소비자 시민 모임이 유모차 가격 정보를 제공하니까 외국산 유모차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고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가공식품의 원가분석을 통해 원재료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면서 철저한 담합조사를 병행한다면 기업의 경쟁도 촉진하고 가격도 떨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소비자 등 조직화되지 않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항상 그들의 눈높이에서 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적 약자들이 내는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듣는 공정위가 단순히 사건 하나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떤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답을 내놔야 합니다.

아울러 공정위의 정책이나 법집행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장에서 끊임없이 확인해나가고 보완해나가기 바랍니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공정위와 더불어 정부전체가 힘을 모아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공정위만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에서 칸막이를 열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 기관들이 권한을 놓고 다투다 보면 자칫 기업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공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를 확립하는데 여러분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데 다 같이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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