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남용 부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른 중장기 사업운영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 Recession & Post Recession

남 부회장은 “역사에 기록될 만큼 세계경제는 불안정한 시기에 놓여 있고,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물경기가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LG전자 또한 경기침체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남 부회장은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 4분기부터 Recession 영향이 사업 각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올해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또 “세계경제 회복 시점을 전망하는 것보다, 지금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과제를 적시에 옮기는 것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며 “단기 추진과제는 당장의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되지만, Post Recession 준비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Recession 극복을 위한 올해 중점추진과제로 남 부회장은 시장점유율, 사업의 유연성, 포트폴리오 재구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우리의 몫은 반드시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역량 투입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또 “경기침체기는 미래성장사업 준비에 최적의 기회”라며 “현재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점차 시장이 확대되거나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망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LG전자는 B2B, 태양전지, 시스템에어컨 등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다.

□ Crisis War Room

LG전자는 지난 12월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 15층에 ‘Crisis War Room’(이하 CWR)을 만들었다. CWR은 5개 사업본부, 8개 지역본부, C-Officers(본사 최고경영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으면서 세부실행과제와 비용절감 목표 등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CWR은 Recession을 극복하고 Post Recession을 준비하기 위해 11개의 세부실행과제를 선정했고, 각 본부, C-Officers와 역할 분담을 조율한 후 진척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11개 세부실행과제는 남 부회장이 언급한 올해 중점추진과제 3가지가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LG전자가 올해 회사 경영기조를 ‘Winning in Recession’(이하 WIR)으로 정한 가운데, 각 사업본부 및 사업부 단위에서도 WIR 태스크포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WIR 태스크포스는 각 사업부 단위의 고정비 절감, 생산비 절감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며, 물류흐름 개선, 수수료 절감, 서비스 개선 등도 다룬다.

□ Cost Saving

남 부회장은 “Recession 극복과 Post Recession 준비 차원에서 올해 3조 원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라인의 원가절감을 비롯해 회사 전 부문의 비용 모두가 해당되고, 한국 본사뿐 아니라 82개 해외법인이 모두 참여한다.

비용절감은 Recession 시기의 수익성 하락 방어와, Post Recession 준비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과 바로 연결돼 있다. 남 부회장은 “지난해보다 사업환경이 어렵지만, 회사 핵심역량인 R&D, 브랜드, 디자인 분야 투자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등 현금흐름 개선이 가능한 모든 기회를 점검하는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 재고자산 축소, 매출채권 현금화, 공급망관리(SCM) 최적화, 통합구매 등은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남 부회장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빼면 모두 구매의 영역”이라 말할 정도로 구매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좁은 의미의 부품 조달은 물론, 시설투자, 거래은행과의 네고, 인재 채용 모두가 넓은 의미의 구매인 셈이다. 남 부회장이 “구매 역량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Global Standard

LG전자는 Post Recession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全社) 6대 변화관리과제(아래 ※참조)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는 LG전자의 Post Recession 준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7명의 본사 최고경영진(C-Officers) 가운데 5명을 외국인 부사장으로 재편하고, 구매, 공급망관리, 마케팅 분야에서 200여 명의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남용 부회장은 줄곧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해 왔다.

남 부회장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각축을 벌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회사 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서 관리하고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표준화된 조직 구성과,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가 있어야 사업운영이 효율적이며, 표준화된 조직과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표준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표준화를 기반으로 2010년까지 일하는 방식에서 세계최고 수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표준화가 LG전자 핵심 펀더멘털로 자리잡게 되면 ‘진정한 글로벌 기업’(Truly Global Company)의 토대도 탄탄해진다고 남 부회장은 설명했다.

※ 전사 6대 변화관리과제

1. 성과관리체계 재정비
  - 신호등 관리, 원단위 관리 등
2. Customer Centric Process(고객 중심 프로세스)
  - 브랜드 혁신 등
3. 기술, 디자인 혁신
4.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 M&A, 신사업 발굴·추진 등
5. Globalization
  - 외국인 인재 확보·육성 등
6. Capability
  - 낭비제거, HR 프로세스 혁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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