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대통령 전용기" 날으는 청와대
"불 꺼지지 않는 대통령 전용기" 날으는 청와대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3.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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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꺼지지 않는 대통령 전용기"

미국 방문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공군 1호기, 코드 원이라 불리는 전용기를 타고 방미에 나섰다. 일명 날아다니는 청와대다.
 
‘코드원(code 1)’은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를 의미하는 항공교통 관제 호출 부호다. 공식명칭은 ‘대한민국 공군 1호기' 다.

대통령 전용기는 2층 구조로 이루어 졌다. 1층 앞쪽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침실, 회의실이 있고 뒤쪽 공간을 공식수행원, 기업인, 기자, 경호원 등 비공식수행원이 사용한다. 2층은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고위급 수행원들의 머문다.

대통령 전용기에는 24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해 청와대와 군을 직접 연결하는 국가지휘통신망이 갖춰져 있다. 전용기는 일반 여객기와 달리 회의공간도 충분하고 좌석간격도 넓게 만들었다.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더 넓게 개조돼 좌석 수는 원래 기종의 절반 수준이다.

공개된 내부가 여느 여객기와 똑같은 그야말로 ‘비행기속’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대통령이 타는 비행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또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과 신비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보안상 이유로 가려져 왔던 비밀의 공간을 일부나마 눈으로 확인했다는 자족감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비해 내용은 다소 빈약하다. 기내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과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미팅룸 좌석이 개조된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높이는 데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한몫 했다. 날아다니는 백악관, 위성통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을 갖춘 하늘의 요새, 공중급유기능이 있어 원하는 만큼 비행할 수 있는 전천후비행기 등등 붙는 수식어만도 수십 가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대통령 전용기 하면 모두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상상한다.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이 타는 전용기는 에어포스원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에어포스원은 연간 유지비가 2억 달러를 넘는 전용기인 반면, 우리의 비행기는 대통령의 외국방문 일정이 생길 때마다 대한항공에서 임대, 개조해 쓰는 전용기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에어포스원은 미국 항공교통관제 호출부호(Call Sign)다. 공군기라면 기종에 관계없이 이·착륙 때 이 부호를 부여했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부터 공군기에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만 부여하는 호출부호로 변경됐고, 전용기 명칭이 됐다.

원하기만 하면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이·착륙이 자유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통하지 않는 공항 한곳이 있다.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의 케네디 공항이다. 대통령 전용기 착륙 때문에 타 여객기의 정상적인 운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아예 콜사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유엔본부에 가고자 할 때는 허드슨 강 넘어 있는 뉴저지주의 뉴왁 국제공항에 착륙해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원을 타고 뉴욕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전용기의 힘(?)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미국이라는 나라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같다.

한편 5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각자 전용기를 타고 박 대통령을 따라 미국으로 출국한 재벌 총수들도 화제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회에서 대통령 전용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대통령은 항공사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빌린 비행기인 전세기를 이용하는 반면, 재벌 총수들은 각기 그룹에서 구매해 소유하고 있는 전용기를 통해 출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상당수 해외 정상들이 대부분 대통령 전용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전쟁의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항공기를 빌려 타는 것은 안보상에도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동행하는 52명의 경제 사절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 총수들은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에 탑승하지 않고 모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 편으로 각각 출국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박 대통령 방미 출발에 하루 앞선 4일 삼성그룹의 전용기인 'B737-7EG'를 타고 미국 포틀랜드로 출국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두 딸을 대동한 채였다.

18명이 탑승가능한 이 회장의 전용기는 2006년 제작된 것으로, 구입 가격이 6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역시 6일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통해 LA국제공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전용기도 18명이 탑승 가능하다. 2008년 인도에서 제작됐으며 가격은 900억원대에 달한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역시 자사의 전용기 ‘걸프스트림’사의 G550을 타고 개인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SK그룹의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회 의장도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용기편을 통해 6일 미국 시애틀로 출국한다.

반면 박 대통령은 5일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코드원’을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코드원’은 청와대가 대한항공으로부터 B747-400을 5년간 빌린 전세기다. 이번 전세기의 계약은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돼 2015년 3월까지 임차계약이 돼 있다. 임차 비용은 분기당 64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추진됐으나 예산 문제로 번번히 국회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방호 능력을 갖춘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하는 데 최소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제까지 자체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민간 항공기를 임차해 내부를 개조한 뒤 타고 다녀야 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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