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협력사 현장 찾고, 동반성장 '재교육'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을'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와 교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는가 하면 동반성장 담당 임직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시행하고 지원금을 늘리는 방안도 찾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갑을 관계' 불만 표출의 발단이 된 식품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체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 대기업 CEO, 협력사 현장에 찾아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 경영진이 1·2차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경영상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신종운 현대·기아차 품질 담당 부회장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한 달에 10차례, 모두 80차례의 현장방문을 진행한다.

현장 방문에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엠코 등 10개 계열사의 구매, 품질, 연구개발 담당 경영진이 주로 참여한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2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1·2차 협력사의 상호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1차 협력사에도 2차 협력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CJ제일제당은 협력업체 모임인 CJ파트너스클럽 지원을 확대해 김철하 대표이사가 협력업체운영지원단 총괄고문을 맡고 지원단 인원도 5명에서 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했다.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포럼03

동반성장·소통의 개념 재정립 SK그룹은 다음 달 26일 워크숍을 열어 동반성장 담당 임직원들에게 동반성장에 대해 교육한다.

협력업체가 원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빙그레는 이건영 대표이사가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올려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협력업체와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비롯해 재판매와 가격 유지행위에 대해 일벌백계한다는 방침을 새로 세웠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0일부터 협력사와 계약서를 쓸 때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직원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던 롯데백화점은 이달부터 매장 관리자와 일반 사원 간의 역할을 바꿔 '역지사지'하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협력사 웹사이트(www.lgesuppliers.com)에 '협력회사 상생고' 코너를 개설해 협력사들의 목소리가 최고위 경영진에게까지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게 하는 등 원활한 소통을 체계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1차 협력사로 하여금 2차 협력사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대금 결제를 제때하고 윤리규범을 실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동반성장이 전 협력사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협력업체·거래선·판매 대리점 등으로부터 경조금이나 선물 등 일체의 사례를 받지 않도록 사내 윤리규범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4월 상생협력센터 주관으로 협력사들을 상대하는 전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준법정도 특별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준법정신부터 응대 태도까지 세심하게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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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제조업체들, 협력사에 지원 확대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해양기술박람회'(OTC)에 68개 협력사와 함께 참가해 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했다.

OTC는 전 세계 50여개국의 2천500여개 해양플랜트 업체에서 9만여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 기자재 전시회 겸 기술 회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본 등 각종 해외 전시회에 협력업체들과 함께 참가하는 행사를 매년 해왔지만 대규모 박람회에 함께 참석해 구매 상담까지 지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SK는 협력업체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3천500억원 규모의 SK동반성장펀드를 수요에 맞춰 증액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SK는 2008년 9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 올해부터는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로 편입한 바 있다.

협력업체 성과공유제와 중견기업 육성제를 시행하는 포스코는 협력사가 아닌 중소기업과도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난 13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포스코형 식스시그마 혁신활동 확산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이 협약에 따라 5∼6월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50개사를 시작으로 매년 100개사씩 앞으로 5년간 450개사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효성은 올해부터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을 통해 효성 제품의 품질 향상에 이바지한 협력사에 주는 '협력업체상'을 신설하는 등 동반성장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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