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16시간 근무에 월급은 고작 80만원

야간 당직기사, 영어회화 전문강사, 행정직공무원, 학교회계직원 등 학교 비정규직·행정직들이 차별 대우와 업무 과다에 반발하며 집단 행동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가운데 전국 1만1천여 학교 현장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1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에 따르면 학교 야간 당직기사가 조합원으로 있는 이 단체의 감시분과는 최근 서울지역 학교장 20명과 용역회사 10곳을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일에는 사건을 조사하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학교 당직기사의 반인권적인 노동조건을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학교 당직기사는 방과 후 학교에 남아 학교 시설을 돌본다. 예전에 교사들이 하던 숙직 업무를 이들이 전담하는 것이다.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에 따르면 당직 기사들은 평균연령 70세의 고령자들이다. 이들은 대개 오후 4시30분부터 다음날 8시30분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따로 없고 오히려 더 고되다. 이날에 온종일 혼자서 텅 빈 학교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17일)과 같은 공휴일이 주말(18∼19일)과 이어지는 경우 당직 기사는 연후 전날부터 월요일까지(16일 오후 4시30분에서 20일 오전 8시30분까지) 4박5일간 일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전면적인 주5일 수업으로 이들의 근무시간은 더 늘어났다. 당직 기사들이 한 달 평균 일하는 시간은 568시간으로, 일반 노동자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월급은 서울지역 기준으로 80만원 안팎이다. '감시·단속적 노동자'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계약서상 근무시간이 200시간에 불과한 점도 저임금의 이유다.

용역회사는 학교장과 맺는 용역계약서에서 야간시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8시간과 식사시간(평일 1시간, 휴일 3시간) 등은 휴게시간이라며 근무 시간에서 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야간에 잠을 자더라도 정기적으로 순찰을 하며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으므로 근무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은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한 데 이어 다음 달 1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규 영어교사들로부터 '눈칫밥'을 먹는 것도 서러운데 8월 말부터 집단 근무기간 만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영어회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영전강 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영전강 제도의 법적 근거인 초등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이들의 근무기간을 4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그래서 2009년 9월 부임한 중등 제1기 영전강 600여명은 8월 말이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 나머지 5천300여명도 차례로 근무기간 4년이 되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영전강들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4년으로 한정한 시행령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기간이 끝나는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이 다른 인근 학교로 옮기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학교정보를 제공하겠다"면서도 "법령을 손댈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1일 교육부 장관과 만나 수당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오전 10시부터 교육부 장관실 앞을 점거해 이튿날인 14일 오전 3시50분까지 밤샘 농성한 끝에 교육부 장관 면담을 얻어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학교운영비 징수의 위헌결정으로 삭감된 관리수당을 교원과 마찬가지로 보전수당으로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수당은 월 5만원 가량이지만 이들이 점거농성에까지 나선 것은 교육행정 공무원에 대한 차별 대우에 불만이 쌓일 만큼 쌓여서다.

학교의 행정직 공무원은 최근 5년 사이 7.2% 감소했으나 초·중·고등학교 수는 오히려 4.2% 늘었다. 이들의 단위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또 공교육강화 등으로 방과 후 학교, 돌봄사업, 학교폭력예방 등 20여가지 업무가 추가되기도 했다. 여기에 교원행정업무 경감 정책으로 기존에 교사가 맡던 행정업무가 이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이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난 3월 충북과 전북의 중학교에서 행정직 공무원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재형 교육청노조 위원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차별적 제도가 문제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교육부는 지방공무원과 학교회계직원 등이 차별받지 않도록 근무여건 개선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급식조리원, 특수교육보조 등 학교 현장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학교회계직원은 최근 수차례 법적 투쟁 끝에 교육 당국과의 단체교섭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 급식조리원들의 총파업으로 학생들이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전국 또는 지역단위로 몇차례 진통이 있었다.

공립학교 학교회계직원은 관할 교육감과, 국립학교는 교육부 장관과 단체교섭 또는 단체교섭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학교회계직원들은 여기에서 빠져 '반쪽짜리' 단체교섭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참여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오는 27∼29일 교육부와 첫 상견례를 한다.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관계자는 "학교회계직원들은 1년 근무하나 10년 일하나 같은 월급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협상에서 호봉제 도입을 핵심요구사항으로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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